위로.

by kasory

어느 날 아이들에게 400자 원고지를 나눠주며 말했다. "얘들아, 오늘 내가 마음이 많이 슬픈데 너희들이 날 위한 위로의 메세지나 칭찬 글을 써준다면 그거 읽고 힘이 날 것 같아. 부탁 좀 해도 될까?" 쑥스런 웃음을 지으며 쭈뼛거리는 내 모습을 아이들은 별다른 질문 없이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기 위로에 제자들을 대놓고 이용하는 나쁜 선생님을 위해 빈 칸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대체 저 사람은 오늘 왜 슬픈가'에 대한 구체적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상태로.



그래서 받아본 글들의 대부분은 '선생님, 왜 마음이 슬프신지 알 순 없지만 쩜 쩜 쩜'으로 시작한다. 솔직하고 귀여운 출발에 피식 웃고 나면 자신만의 슬픔 극복법 꿀팁 대공개, 선생님 칭찬 나열, 선생님은 혼자가 아니어요 등등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내용들이 뒤따르는데 읽다 보면 한껏 뭉클해져 문장들을 쉬이 놓을 수가 없다. 400자로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이렇게 크구나.



편견없이, 상대의 지금 마음에 오롯이 집중하여 꺼내놓는 진심이 담긴 위로는 참 따뜻하고 다정하다. 다정함과 따뜻함만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것만으로 살 수 없다고 그것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쏟는 일을 멈추고 싶진 않다. 늘 위로만 받거나 위로만 하는 존재는 없으니, 우리는 모두 마음과 시간을 빚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상대가 내어준 마음과 시간은 온 마음 다해 감사히 받고, 나 역시 소중한 사람들에게 최선의 진심을 내보이며 한껏 다정하고 싶다.


2018. 11. 07

이전 10화수학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