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수학시간은 우선 내가 기본 개념을 5분 정도 간단히 설명해 준 다음 연습문제를 두어개 같이 풀어보고 수학익힘책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뒤 검사맡는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수학은 개인차가 무척 심한 과목이라 한 번의 설명만으로 모든 아이들을 척척 이해시킬 수 없다. 다만 그래도 그나마 가장 쉽고 간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열심히 생각하여 가르쳐 주긴 하는데, 역시나 편차는 어쩔 수 없고 그럴 때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가르쳐줄 수 있도록 최대한 풀어놓는 시간을 갖는다.
먼저 문제를 풀고 검사받은 아이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친구들을 도와주러 자발적으로 원정을 떠나는데, 초반에는 자기랑 친한 친구들만 챙기다가 요즘에는 반 전체적으로 서로를 돕는 분위기가 됐다. 내가 여기서 하는 역할은 시간 안내와 상황 체크. 가르쳐주다 너무 심하게 삼천포로 샐 땐 가볍게 주의주는 정도? 물론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떠들기도 많이 떠든다. 절대 웃기지 않은 문제인데 자기네끼리 풀면 뭐가 그리 웃긴지 숫자 하나 적을 때마다 깔깔 웃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도움을 주고받고 문제를 풀어내며, 나는 그 광경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의 인내력으로 살피며 기다린다.
그러나! 미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생님은 기가 막힌 독심술사라 다 풀었다고 가져왔을 때 이게 진짜 푼 건지 베낀 건지 딱딱 알아맞히고 어떻게 푼 거냐고 묻는데, 그 과정을 통과한 자만이 수학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될 자격을 얻는다. "이거 어떻게 풀었어?(찌릿)" 하고 쳐다보면 배시시 웃으며 "다시 해올게요." 하고 돌아가는 자, "아, 그게.." 퇴짜 맞기 싫어 어떻게든 머리 굴려보다 결국 실패하고 돌아가는 자, 술술 열심히 설명하고 회심의 미소를 보이며 기쁘게 퇴장하는 자 등등 다양한 캐릭터들 나타난다. 우리들의 수학시간은 누군가가 보기엔 질서없다 여길 수 있지만 나름의 이해와 규칙을 갖고 돌아가고 있다. 물론 그 안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구석구석 존재하지만 차차 풀어나가면 되겠지.
아이들이 교실에서 스스로 찾아가는 것들이 많았음 좋겠다. 최소한의 규칙만 제공하되 대신 그 규칙은 합리적이이어야 하며, 규칙 안에서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자유로워 서로가 서로에게 베풀 수 있는 것들이 생겼음 좋겠다. 바람은 이렇게도 아름답지만 현실은 아직 권위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혼란을 겪을 때도 많으며, 그 경계는 늘 어렵고 뚜렷한 정답도 존재하지 않는다. 근데 오늘 수학시간에는 문제풀이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단 한 명도 그냥 두지 않고 도움을 제공하려고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크게 다가와서 혼자 괜히 뿌듯뿌듯 했다는 이야기.
2018. 0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