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sslee Jan 26. 2022

기차타고 동유럽 가자! 반려견의 설렌 표정 보셨나요?

'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 에 연재된 글 입니다. 

많은 반려인들에게 가장 고민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바로 반려동물을 혼자 두고 집을 비워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특히 힘들게 시간을 내 여행계획이라도 세울 때면, 걱정과 더불어 죄책감마저 느껴진다.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지가 매우 제한돼 있고, 그렇다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매년 휴가철마다 유기동물 수가 급증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길어야 고작 2주 남짓한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해서 버릴 수 있는 대상이라면, 그 대상에게 사랑, 애정, 가족이라는 단어는 용납되지 못할 일이다. 나의 부모, 또는 나의 배우자의 상황이 어렵다고 헤어짐을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떨어져 있느니 차라리 같이 가자!


동물유기는 매우 드문 일이라 하더라도, 장기 휴가 시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은 이곳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문제다. 빈에도 장·단기 반려동물 숙박업체들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반려견 가족은 아직까지 직접 보지 못했다. 그보다, 내가 아는 오스트리아 반려가족들 중 대부분은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릴 때부터 쭉 반려견과 함께한 내 친구 베티의 경우엔 부모님이 함께 살고 있어서 교대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은 가본 지 꽤 오래 되었다고 한다. 수지와 함께 한 지 곧 만 4년을 채우는 내 경우도 그렇다. 

지금은 승용차라는 현대문물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뚜벅이 시절일 때에도 수지는 나와 꽤 많은 곳을 함께 여행했다. 수지와의 여행은 반려동물 친화적인 대중교통, 그리고 철도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스트리아를 떠나는 기차 안에서 수지와 함께 찍은 사진. 오스트리아에서는 리드줄과 반려견 전용 티켓만 있으면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입마개와 리드줄만 착용하다면 지하철과 버스를 비롯한 시내 안의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무료는 아니고 사람 표 값의 절반에 해당하는 반려견용 티켓을 따로 끊어야 한다. 하지만 택시는 이동장 없이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는 기차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차에서도 반려동물 티켓을 따로 구매하고 리드줄을 착용한다면 반려인과 함께 탑승할 수 있다. 반려견을 반려인의 무릎이나 품에 안고 탑승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 국가들이 한 대륙 안에 붙어있는 유럽의 특성 상, 오스트리아를 오고 가는 해외 노선에서도 반려견 탑승은 가능하다.(야간열차는 제외) 단, 고속버스는 동물이 탑승할 수 없고, 오직 철도만 가능하다. 기차 객실에서 몸집만한 배낭을 메고 셰퍼드와 같은 큰 반려견과 여행하는 히피족들은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반려견들은 기차탑승이 얼마나 익숙한지, 기차 안에서 자리 잡고 앉은 자세 하며, 안내방송이 나올 때 마다 집중하는 것이 ‘프로여행러’ 못지 않다. 


모든 환경이 달라지는 여행지에서 고민해야 할 것들 


프라하 구시가지 종탑 앞에서 수지와 함께. 프라하는 비엔나에서 약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도 피로한 긴 기차여행은 강아지에게 특히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밤기차로 8시간 남짓 걸리는 베니스는 5년 째 계획 속에 있을 뿐, 실제로 가보지는 못했다. 수지가 기차로 간 해외 여행지로는 프라하, 부다페스트, 그리고 브라티슬라바가 있다. 브라티슬라바는 기차로 한 시간 반, 부다페스트와 프라하는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탑승시간이 길지 않다고 해도, 행동에 제약이 있는 공간과 기차 소음은 반려견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장거리를 여행하는 것보다 버스, 지하철 등 짧은 구간의 대중교통을 먼저 이용하고, 이에 익숙해졌을 때 기차를 탑승해보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기차는 일단 탑승하고 나면 목적지 전에 내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탑승 전에 꼭 배변을 시켜주어야 한다. 모두 유럽 도시들이지만 도시 분위기에 따라 반려견을 대하는 현지인의 반응에도 약간의 차이는 있다. 반려견이 비교적 많이 눈에 띄는 부다페스트와 체코의 경우엔, 빈처럼 반려견 놀이터나 배변봉투들이 잘 마련되어 있고, 사람들도 무척 귀애하는 표정으로 수지를 바라봐주지만, 브라티슬라바의 경우엔 덩치 큰 아저씨들조차 무서워하는 기색을 표하기도 한다. 그래서 각 여행지마다 현지인들의 반응에 맞춰 리드줄 길이나 수지의 단속 정도를 다르게 조절한다. 

기차여행은 낭만여행이라고 했던가. 천천히 움직이는 바깥 경치는 사람에게도 즐거운 광경이지만, 강아지에게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수지는 가장 처음 기차를 탄 날부터 바깥 경치 구경에 흠뻑 빠져서, 기차여행에서만큼은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경치구경을 즐긴다. 하지만 여느 뚜벅이 여행이 그렇듯 불편함도 있는 법. 사람이 드문 기차라면 반려동물도 비교적 편안하게 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빈으로 돌아올 때 그러했었는데, 입석 승객까지 가득 찬 만원 기차에서 수지는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좌석 아래에서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호텔에서 수지에게 마련해준 '웰컴 사료'. 다만 이 정도 서비스를 모든 숙소에서 기대하기는 힘들다.

수지와의 여행이 가능한 또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숙소에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느냐는 점이다.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등 유럽 도시 대부분은 일 년 내내 여행객이 찾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각 도시마다 매우 많은 숙박시설을 찾을 수 있고, 이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숙소의 폭 역시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문화 자체는 반려동물에게 매우 친화적인 편이지만, 동시에 입장이 불가능한 곳은 그만큼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기도 하다. 숙소 역시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곳이 많지만 동물 동반이라는 조건의 숙소는 그렇지 않은 숙소의 수보다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동물동반 숙소는 그렇지 않은 숙소들과 비교하여 시설이나 서비스, 가격 면에서 단점은 불가피하다. 

요즘 대부분의 메이저 숙소예약 사이트에서는 반려동물 동반 옵션이 제공되고 있어 비교적 쉽게 숙소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추가비용 등이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 숙소에서 반려동물 추가요금이 과하게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강아지에게 ‘웰컴 사료’와 밥그릇을 준비하는 등 편의 시설을 제공해 주는 숙소가 있는 반면,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했음에도 강아지가 얌전하냐, 물지는 않느냐고 물어보며 주의를 주는 주인도 있다. 


'반려견도 여행을 좋아할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부다페스트 '어부의 요새'에서. 새로운 공간에 설렘이 가득한 수지의 표정을 보라!

반려견과의 여행은 추가 비용과 더불어 강아지의 컨디션 고려, 배변시간 확보, 관광지의 제한(반려동물금지) 등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곳에서의 시간과 경험을 공유한다는 큰 기쁨을 준다. 

반려견이 여행이 무엇인지는 알까? 혹은 여행을 좋아할까? 라는 의문을 가진다면, 나는 아주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기차에서 또는 버스에서, 새로운 도시, 새로운 공간으로 발을 디디는 반려견의 표정이 얼마나 기대감에 차 있는지를. 사람에게 여행이 힐링이듯, 일생의 대부분을 어마어마한 호기심으로 살아가는 반려견들에게 여행은 최고의 힐링, 그리고 놀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다가오는 봄, 이번 봄나들이는 반려견과 함께 떠나는 계획을 짜 보는게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훈데존 안에서 강아지를 이롭게 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