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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s Feb 04. 2024

아델 보러 런던에 다녀왔습니다(2)

그냥 오면 되는 거였어!

2021년 10월 28일.

대망의 티켓팅 날이 되었다. 티켓마스터에서 티켓팅을 한다는데 해본 적이 없으니 긴장되었다. 오래도록 공연을 좋아했기에 티켓팅에 나름 자신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티켓팅 시스템은 도대체 어떻게 운영되는지 몰라서 긴장되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약속이 있어 양꼬치 먹으러 가는 버스 안에서 마음 졸이며 티켓팅했던 그날을.


런던은 아델의 고향이다. 런던 토트넘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델은 영국 사람들에게 큰 자랑거리이다. 런던에서도 무려 5-6년 만에 하는 공연이라 당연히 치열할 거란건 알고 있었다. 게다가, BST Hyde Park는 매년 런던에서 열리는 큰 페스티벌 중 하나이기에 예매 창까지 가는 대기 시간이 정말 길었다.


한국과 달랐던 점은, 페스티벌임에도 콘서트처럼 구역을 선택하고 그 구역마다 가격이 달랐다. 시야가 어떤지, 내가 선택이 구역이 어디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일단 예매했다. 예매하고 보니 다행히 좋은 구역 중 하나였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예매는 했지만 현실 감각이 없었다. 우선, 2021년은 모두가 기억하는 것처럼 한창 코로나가 여전했을 때여서 해외여행을 상상하긴 일렀다. 티켓 예매는 했지만 8개월 정도가 남은 상황이었고 그때 나의 심정은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한다면 속상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였다. 사실 코로나는 둘째치고 아델의 공연을 내가 실제로 볼 수도 있겠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2022년 새해가 밝았고, 3월이 돼서야 한국 입국 자가격리가 풀렸다. 그 당시 나는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 격리 중이었는데, 그 기사를 보자마자 바로 표를 끊어 버렸다.

'나 진짜 아델 보러 영국 가는 거야?'


2022년 6월 24일.

사람이 거의 없던 인천공항을 지나 런던 히드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너무 오랜만의 혼자 가는 해외여행이라 떨렸다. 감격해서 눈물도 찔끔 났다.


런던에 도착해 공연 당일까지 약 일주일간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시내와 근교 곳곳을 다니며 누구보다 열심히 여행했다. 숙소에서 빅벤까지 걷고, 내셔널갤러리에서 하염없이 좋아하는 그림들을 바라보고, 세븐시스터즈와 코츠월드, 브라이튼에 가는 등 영국을 마음껏 즐기고 느꼈다.


여행 중 만난 한국인들 혹은 펍에서 영국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왜 많은 여행지 중 영국에 왔냐는 질문에 '아델 보러 왔어요!'라고 하니 다들 용기 있고 멋지다며 엄지척을 날려주었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나는 그저 아델이 너무 좋아서, 기회가 있을 때 라이브를 듣고 싶어 온 건데 누군가에겐 멋져 보인다니!


2022년 7월 1일.

대망의 공연 D-Day가 되었다. 아델의 공연 시간은 오후 8시 20분이었지만 자리를 잡기 위해 조금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떨린 나머지 다른 관광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하이드파크 구경도 할 겸 베뉴도 확인하고 굿즈도 샀다. 그제야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헤드라이너 아델에 앞서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 가브리엘 등이 공연을 하고 오후 7시가 조금 넘자 아델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공연장은 모두 스탠딩이었기에 키 큰 유럽사람들 사이로 겨우 겨우 나의 시야를 확보했고, 기다림이 시작했다. 정말 그때의 감정은 아직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공연장을 찾아온 모두가 아델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의 오랜만의 컴백이자 공연이었기에. 8시 20분이 되자마자 인트로곡 'Hello'의 전주가 들려왔다.

"Hello, It's Me..."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미치도록 울컥했다.

아델도, 현장 관객들 모두가 울컥했다. 모두가 기다려왔던 순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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