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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s Jun 09. 2024

다신 없을, 테일러 스위프트의 디에라스투어(4)

2024년 3월 4일, 싱가포르에서

오프닝 스피치 이후 Lover, The Archer을 마지막으로 디에라스투어의 첫 번째 Era인 Lover가 끝이 났다.


Lover 앨범은 테일러의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해졌다고 할 수 있는 앨범이다. 개인적인 사랑이야기도 담겨있지만,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 아티스트의 솔직한 이야기, LGBTQ+ 커뮤니티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가득 실려있다.


디에라스투어에서 이 앨범을 첫 순서로 둔 이유는 팬데믹으로 투어를 하지 못한 첫 번째 앨범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스위프티라는 한 커뮤니티로서 함께 즐기길 바래서 이지 않았을까 싶다. 댄서들도 남녀/인종을 불문하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공연에서 만큼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길 바라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Lover Era에 이어 내가 가장 고대했던 Fearless Era가 시작되었다. 중학생 때 테일러를 처음 알게 해 준 입덕 앨범이기에 의미가 깊다. 앨범의 대표곡 Fearless, Love Story, You Belong with Me 정도는 나와 동년배라면 세곡 모두 잘은 몰라도 어디선가 들어는 봤을 것이다.

Fearless의 묘미는 테일러가 기타를 메고 도는 시그니처 스핀인데, 두 눈으로 보니 울컥했다. 디에라스투어 영화를 볼 때도 Fearless Era가 시작된 순간부터 많이 벅차올라 울었는데 현장에서도 그랬다. 그 시절 10대였던 테일러와 우리 모두 어른이 되었지만 추억을 되새기며 함께 이 곡을 부르는구나.


“다 같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볼까요?” 테일러의 한마디에 현장은 더 뜨거워졌다.


Fearless에 이어 테일러의 역대 앨범들인 Evermore, Reputation, Speak Now, Red, Folklore, 1989, Midnights 그리고 매 공연 곡이 바뀌는 Acoustic(서프라이즈) 무대까지 지루할 틈 없이 정말 알찼다. 욕심내서 VIP 티켓을 구매한 나를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나처럼 오랜 팬이 아닌 나이가 어리거나, 최근 입덕한 스위프티의 경우 테일러의 초반 앨범이 그다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음악은 단순히 가사, 멜로디를 넘어 발매 당시의 추억들이 입혀졌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최근 1집부터 6집까지 마스터권을 뺏기는 바람에 Taylor's Version이라는 재녹음반을 순차적으로 발매하며 세대차를 완벽하게 해소했다. 예를 들어, 2집 Fearless는 2008년 최초 발매되었지만, 2021년 Taylor's Version으로 재발매하며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앨범이 되었다. 실제로, 현재까지 발매한 재녹음반 모두 초기 오리지널반의 판매량과 인기를 모두 능가했다.


그렇기에 이번 디에라스투어는 나이도, 사는 곳도 다른 스위프티들이 한 곳에 모여 같은 추억을 공유하진 않지만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연결됨을 느꼈다. 그래서 더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세대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디에라스투어말고 또 있을까?


또, 4집 Red의 All Too Well은 재녹음반에서 10분 버전이 발매되었는데 이번 투어의 Red Era 마지막 트랙으로 추가되면서 이를 함께 떼창 하는 게 문화가 되었다. 10분 내내 스위프티들과 눈을 마주치며 떼창 하던 텐미닛 버전 올투웰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Midnights 앨범의 Karma를 끝으로 공연이 끝이 났다. 엔딩크레딧과 의자와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컨페티를 바라보며 비현실적인 감정을 잊지 말자 다짐했다. 기회가 되면 빠른 시일 내에 또 다른 테일러의 콘서트를 보러 바다를 건너갈 수도 있고, 언젠가 내한하는 그녀를 보게 될 수도 있지만 2024년 3월 4일, 디에라스투어 싱가포르의 3일 차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싱가포르 공연 후 2개월의 휴식 후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이어가고 있는 디에라스투어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4월 19일 발매된 11집 Era가 추가되었고 셋리스트에 변동도 생겼다. 현 버전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팬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테일러의 부지런함과 열정에 영감을 받는다.


이전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테일러 스스로도 이렇게 큰 규모의 월드투어를 또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해서 더 많은 도시 곳곳을 더 열심히 찾아가고 있는 거 아닐까..


작년 개봉했었던 디에라스투어 필름은 현재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일부 곡은 편집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이 꽤 길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라고 하는 건 팬으로서 욕심일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Lover, Folklore, Evermore Era는 모두가 꼭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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