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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금사빠입니다

존재가 납작해지지 않기 위한 자기소개

by 오류 정석헌

1978년 2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습니다. 탄수화물과 사랑에 빠진 익명의 독서 중독자이며 금사빠입니다. 자기소개는 언제나 부끄럽습니다.


안녕하세요 금사빠 오류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시작만 잘합니다. 만들어낸 결과가 거의 없습니다. 재미만 찾아 헤맵니다. 재미없으면 금세 그만둡니다. 착각을 잘합니다. 그래서 혼자 잘해주고 혼자 상처 받습니다. 시작과 착각을 잘하니 사랑도 혼자 시작합니다. 혼자 열심히 짝사랑하다가 고백도 못하고 포기합니다. 돈지랄을 잘합니다. 돈은 없지만 기분 좋으면 혼자 다 쓰는 스타일입니다. 이기적이란 얘길 많이 듣습니다. 좋아하는 것만 계속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없는 말을 잘 못합니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할 땐 이모티콘을 사용합니다. 혼자서도 잘 놀고 여럿이 도 잘 놉니다. 재밌는 놀이는 다 좋아하고 즐겨합니다. 글쓰기도 놀이처럼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인생사
10대는 사고뭉치로 20-30대는 남들을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또 인정에 목말라하며 살았습니다. 40대가 되면서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려고 노력하며 지냅니다. 남들에게 보이려고 자랑삼아 읽기 시작한 책 덕분에 지난 삶 전체가 오류임을 깨달았습니다. 해서 필명을 오류라 지었습니다. 어제보다 좀 더 지혜로워지기 위해 매일 책을 읽고 변화된 삶을 기록하고자 하루 두줄 글 쓰며 지냅니다. 미움, 시기, 질투, 욕심이 지나쳐 상처 주고 상처 받던 삶도 심리학과 감사일기를 만나 편안해졌습니다.


제 삶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책을 아예 모르고 살았던 삶과 책을 만난 뒤의 삶입니다. 이전 삶은 비루함으로 가득했습니다. 술을 마시면 화려했던 과거라 착각했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아무리 취하도록 마셔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생각했는데 지질한 삶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친구가 많아 행복했다 생각했는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외톨이였습니다.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전 지금도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책을 만난 뒤로 술 대신 책에 취해 삽니다. 매일 아침 최소 두쪽은 책을 읽으며 정신의 찌든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매일 두줄 글도 쓰고 있습니다. 예전의 비루했던 저로 돌아가기 싫어서 계속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책 덕분에 모든 걸 바꾸었습니다. 사람도, 환경도, 시간도.


비교급

맥주보다 소주를, 자판보다 손글씨를, 통닭보다 통기타를, 활어보다 선어를,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칼라보다 흑백을, 여름보다 겨울을, 비보다 눈을, 가운데보다 구석을, 전자책 보다 종이책을, 성공보다 성장을, 비교보다 칭찬을, 어제 보다 오늘을, 경쟁보다 창조를, 계획보다 시작을, 말보다 행동을, 그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합니다. 외국어는 잘 못하지만 길을 잃고 헤매는 외국인에게 먼저 다가가 먼저 말을 걸고, 농담을 못해 세상 진지하고 칭찬받으면 어쩔 줄 모르고 마냥 좋아하며 카카오톡 대화에 서툴러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합니다.


마치며

목소리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음식 냄새를 잘 맡습니다. 공항, 풍차, 바다가 있는 곳을 애정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여행 가는 기분을 내려고 일부러 김포 공항에 찾아갑니다. 새벽 시간에 조용히 책 읽는 시간을 사랑하며 책 욕심이 많습니다. 밥 값, 술 값을 줄여가며 일 년에 200권 책을 삽니다. 잘하는 건 딱히 없지만 좋아하는 건 많습니다. 낙서를 좋아하고 멍 때리는 걸 좋아합니다. 우연히 글 한 편 쓰고 혼자 감동하길 좋아합니다. 책 읽다가 전율이 오는 문장을 발견하는 재미로 삽니다. 5평 오피스텔을 책으로 가득 채웠고 매일 두쪽 읽고 두줄 쓰며 지냅니다.


남들이 규정하는 대로 살지 않습니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온전한 제가 되려고 매일 노력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맞춤법 검사를 세 번 했는데 오류가 발견되지 않아서 참 기쁩니다. 저는 이런 제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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