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힘든 시기 댁에서 안전하게 월 200 버세요

세상에 안전한 돈벌이는 없다.

by 오류 정석헌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댁에서 안전하게 월 200만 원 이상 벌어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혹했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코로나 여파로 행사 촬영이 모두 취소 또는 연기되던 시점이었으니까. 유일한 생계 수단인 촬영이 사라져 돈 버는 길이 막혔으니까. 배달, 일용직, 편의점 구인을 알아보던 시기와 겹쳤으니까. 평소 쳐다도 안 보던 네이버 쪽지가 이날엔 구원처럼 다가왔다.


평소엔 이렇게 생각했었다. '이건 분명 사기일 거야.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게 어디 있어.' 이 날은 평소와 반대로 ' 혹시 모르잖아, 정말로 수익이 생길지. 한 번 해본다고 어떻게 되겠어.'라고 생각했다. 서로 상반된 생각이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승자는 해보자는 쪽이었다. 쪽지의 적힌 연락처로 카톡을 보냈다.


블로그 마케팅 광고하는 회사들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카톡을 받을까. 카톡으로 연락을 취하며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자리 잡았다. 1분도 채 안돼서 답변이 왔다.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을 했고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데 내 눈엔 '다음 날 입금', '안전한' 단어만 보였다. 관심이 쏠리니 당연한 결과였다.


상담을 맡은 업체는 믿을 만한 피드백으로 내 의심을 일격에 무너뜨렸다. 결국 3개월 진행하기로 약속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는 평범했다. 내 블로그에 책정된 원고료는 2만 원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계약서에서 해당 업체 글만 포스팅하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이 전혀 없는 마당에 이게 어디냐며 덜컥 서명했다.


다음 날부터 이메일로 원고를 받았다. 이메일 원고에는 친절한 포스팅 가이드까지 들어 있었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기에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생각해 포스팅 전에 10가지 정도 질문했다. 10가지 질문에 업체는 답을 줬다.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첫 포스팅을 무사히 마쳤도 다음날 통장으로 2만 원이 입금되었다.


통장 잔고 조금씩 늘면서 업체와 믿음도 쌓여갔다. 계약한 3개월은 금세 지났다. 업체는 추가 계약을 제안했다. 3개월 동안 150만 원을 벌었다. 덕분에 밥을 굶지 않았다. 작은 돈의 귀함을 느꼈다. 뭐라도 해야 하는 시점이었고, 힘들게 몸을 움직이지 않고 집에서 편히 하는 일이었기에, 적은 돈이긴 했지만 충분히 만족했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다 했던가. 재계약을 할 때쯤, 다른 업체의 쪽지에 눈이 갔다. 다른 업체 쪽지에는 '건당 3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살짝 마음이 신규 업체 쪽으로 기울었다. 기존 업체와 비용 조율을 시도했다. 다른 업체는 내게 3만 원을 제안했으니 포스팅 비용을 인상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업체는 3만 원까지는 무리라며 2만 5천 원을 제시했다.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만 만족한 상태였다.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현재 내 사정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일이 없던 시기에 일할 수 있게 해 주신 건 감사했지만 만족할만한 비용은 아니라며, 사실 지금 돈이 더 필요하다 설득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금액 인상엔 실패했지만 계약서를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 계약서에는 '해당 업체의 글만 포스팅'이 조건이었다면 추가 계약서엔 이 조항을 빼고 대신 '중복되지 않은 키워드는 허용'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두 곳과 각각 2개월씩 계약했다. 2만 5천 원으로 50퍼센트 인상된 비용을 주는 기존 업체와 3만 원을 주는 신규 업체 한 곳. 당연히 수입이 전보다 늘었다. 늘어난 수입은 이제 좀 먹고 살만 해졌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내 발 밑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나라는 존재는 더 근사하게 보였고 나에게 어떤 재능이 있다고까지 믿었다. 헛된 믿음과 자만은 내 눈을 갈렸도 주변 사람들이 어리석게 보이게 만들었다.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하면서.


정작 멍청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잊었다. 당시 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꿀알바가 있다며 자랑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장문의 쪽지를 받았다. 쪽지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내 블로그가 지금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중이며 이대로 가다간 1개월 내에 블로그가 저품질에 걸릴 것이라는 확신도 묻어 있었다. 난 무시했다. 이런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자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종류의 쪽지도 계속 늘었다.


'건당 5만 원, 건당 7만 원, 건당 10만 원.' 좀 더 매력적인 조건의 쪽지들이 또다시 나를 흔들었다. 몸값이 점점 치솟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 희망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 두 곳을 정리하고 건당 10만 원주는 한 곳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기존 두 곳과 계약 종료 10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10만 원을 제안한 업체에게 현재 내 상황을 설명하고 가능한지 물었다. 업체는 단박이 거절했다. 병행 진행은 어렵노라고. 그래서 계약이 종료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계약이 끝나는 날, 그동안 함께 일한 업체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유는 개인 사정이었다. 5개월 일했던 업체는 금액을 더 올려 3만 원 포스팅을 제안했고 2개월 일한 업체는 5만 원 포스팅을 제안했다.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만 달랑 남기고 결국 '건당 10만 원' 업체를 선택했다.


건당 10만 원이라니, 이대로 가다가 큰돈을 벌게 되리라 생각했다. 내가 뭐라도 되는 냥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자아도취의 절정을 맛봤다. 예정된 결론이 코앞에 다가오는 줄 모르고 혼자 취해 멋모르던 그때 결국 일은 터졌다.


신규 계약 업체는 포스팅 3일 만에 계약을 해지했다. 내 글이 노출이 안된다는 이유였다. 끝없이 승승장구할 것 같던 블로그 수입이 일순간 멈췄다. 방문자는 1,000명에서 10명으로 뚝 떨어졌다. 그렇다. 블로그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저품질 상태가 된 것이다.


자업자득이었다. 후회해본 들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꿈같던 5개월 하고 3일이 그리웠다. 내 눈을 가리던 것들이 사라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막막했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다시 다른 일을 구해야 한다.


공들여 쌓은 탑이 일순간 유혹으로 무너짐을 몸소 경험했다. 과한 욕심이 부른 화였고 예상했던 결과였다. 변명조차 내겐 사치였다. 큰 수업료를 지불했다 생각한다. 다시 원점이 돼서야 어리석었던 과거 내 모습이 보였다.


다행이다. 5개월 3일만큼의 실수만 해서. 혼자 도취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만약 조금 더 잘 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 오류를 범했을 테니까.


네이버 블로그는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저품질을 소생시키는 건 불가능하단 걸 안다. 괜찮다. 과거의 기억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니까. 이번 실수가 한 단계 더 나를 성장시켜 주는 밑거름이라 믿는다. 세상에 안전한 돈벌이는 없다. 안전하게 보이는 것만 있을 뿐. 뭔가를 받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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