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때 내가 그녀였다면, 나는 나와 결혼할까

맞선 생활자의 오류 (5)

by 오류 정석헌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난 결혼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때 내가 그녀였다면, 난 나와 결혼할까? 답은 '아니요'다.


김창옥 교수의 어느 강연에서 이런 얘길 들었다. 만약 결혼할 상대를 만났다면 상대의 재력, 학벌을 볼 것이 아니라 '그 집의 언어'를 꼭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사랑의 콩깍지가 씌어 앞뒤 분간을 못하는 시간을 통과하면 , 서로는 어릴 적부터 보고 듣고 배운 본능의 언어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김창옥 교수는 이를 모국어라 표현했다. 강연의 핵심은 모국어가 좋은 사람을 만나라였다.


난 동의했다. 강연을 들은 뒤 서른 살 중반의 나에게 질문했다. 난 그때 모국어가 좋은 남자였을까? 아니었다. 그땐 모국어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또한 상대의 외모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던 심각한 오류 상태였고 거기에 더해 알면서도 해서는 안될 행동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어릴 적 배운 모국어가 별로였어도 후천적으로 좋은 모국어를 배울 수 있다. 난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스스로 친절한 언어를 배우려 노력했다. 사회에서조차 힘이 되는 좋은 언어를 거의 듣지 못했지만 난 남들에게 힘이 되는 응원의 말을 해주려 노력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말하는 건 아니다. 친절한 말과 태도를 장착한 사람에게만 등 두드려 주는 말을 건넸다.


지금 와 돌아보니 그때 결혼이 성립되지 않은 건 양쪽 모두에게 잘된 일이었다. 마음도 없는 상태, 등 떠밀려 나간 맞선, 나이가 찼으니 해야 한다는 사회적 강요, 주체적 생각 없는 결혼 모두는 예정된 결론으로 향하기 마련이니까. 괜히 남의 집 귀한 자식 고생길로 인도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싶은 생각은 없다. 그때로 돌아가느니 난 혼자인 편을 택하겠다. 이별의 아픔은 더 나은 내가 되도록 이끌었다. 한동안 실컷 울었고 많은 이들을 원망했지만 결국 이별은 전보다 나은 나를 만들었다.

지금 누군가 내게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라고 물으면 내 대답은 'Yes'다. 나라면 나와 결혼하고 싶다. 난 지금의 나와 충분히 결혼할 생각이 있다. 인생 공부로 좋은 모국어를 익혔다. 익혀서 많은 이들에게 해주었다. 내 모국어가 좋아지니 좋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5편의 이야기는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결심에 내 감정만 앞세우던 지난날의 오류에 대한 글이다. 혹시 나 같은 오류를 범하는 이들에게 잠시 생각해 볼 시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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