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 생활자의 오류 (4)
"저 10kg 감량하고 싶어서 전화드렸는데요."
살만 빼면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을 잘 빼주는 사람을 찾아갔다. 악마 코치 숀리다. 지금은 TV에서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지만 한 때는 비만인들의 살을 40kg씩 빼주며 명성을 날렸었던 그였다. 숀리의 피트니스 센터는 차병원 사거리 근방이었고 회사에서도 가까웠다.
비용이 비쌌다. 일반 피트니스 센터의 7배쯤. 하지만 비용 따윈 문제가 아니었다. 살만 빼준다면 얼마든지 돈을 낼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어서 빨리 그녀에게 연락할 생각이었으니까. 주 3일 운동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운동은 하루 20분을 넘지 않았다. 운동 강도는 내 기준에선 약했다. 큰 볼 주고받기, 팔 벌려 뛰기, 스쾃 반복하기, 줄 다리기 등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운동한다고 체력이 바닥 되거나 지쳐 쓰러지는 일 따윈 없었다. 지불한 돈에 비해 상당히 적은 운동 강도에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다른 피트니스는 기본 50분은 해준다던데 하는 불만이 내 안에 생겼다. 코치에게 이렇게 해가지고 살이 빠지겠냐고 얘기했다. 담당 코치는 빠진다고 했다. 만약 운동을 더 하길 원하면 러닝 머신을 타고 가라고 딱 잘라 말했다. 난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안 빠지면 전부 환불 요청할 거라며.
그런데 살이 빠졌다. 그것도 한 달에 8kg. 체지방 측정기 위에서 표시된 숫자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눈으로 결과를 확인한 뒤에야 의심을 거둬들였다. 의심이 확신으로 전환된 순간이었다. 이대로 한 달만 더 하면 그녀를 만날 가능성이 생긴다. 2달 뒤, 체지방은 12kg이 빠져 있었고 몸무게는 10kg 감량되었다.
바로 그날,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시간은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안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번호를 지운 건지 난생처음 통화하는 사람처럼 전활 받았다. 반가운 목소리에 한껏 들뜬 나는 잘 지냈냐며, 시간 될 때 한번 만나고 싶다는 얘길 건넸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살을 뺐다는 얘긴 생략했다.
기다려도 역시나 전화는 걸려 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일주일쯤 기다려도 연락이 없자, 알 수 없는 속상함과 불만이 내 안에 가득 찼고 결국 2달간 입도 대지 않던 술에 다시 입을 뎄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말았다. 술에 취해 그녀에게 전활 걸었다.
남자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는 2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술 마시고 전화하는 것과 떠난 사람에게 매달리는 것이다. 다시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알면서도 반대로 행동하게 했다. 속 마음을 툭 터놓고 다 얘기하면 다시 기회가 생길 거라 착각했다. 전활 피하는 그녀가 받을 때까지 전화했다. 전활 받은 그녀에게 30분 동안 내 마음을 얘기했다. 전화기가 뜨거워져서 전화기에서 잠시 귀를 떼고서야 통화 시간이 벌써 30분을 초과했음을 확인했다. 그녀는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사실 3편에서 끝 내려고 했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아 4편을 썼다. 아직 내 안엔 할 이야기가 더 남았나 보다. 지금 이렇게 4편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어디서 끝을 내야 할진 잘 모르겠다. 어쩌면 10부까지 갈지도 모른다. 쓰고 보니 낯 뜨겁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다음 편을 쓸지 말지는 내일 결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