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가 한 개만 왔는데요

배달 에피소드

by 오류 정석헌

"네~ 페리카나입니다."

"닭다리가 한 개만 왔는데요."

"네?"

"닭다리가 한 개만 왔다고요."


겨울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옥탑방 치킨 배달을 마치고 가게로 복귀한 시간은 저녁 7시 15분이었다. 우비도 벗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페리카나 치킨 성석 교회점으로 들어섰다. 배달 전화가 목청껏 울고 있었고 테이블 손님도 맥주를 빨리 달라며 함께 울고 있었다.


"여기 생맥 두 개 더 주세요. 치킨 무도요."

"여기도 과자 좀 더 주세요."


홀 테이블 6개 사이를 요리조리 오가며 사모님은 춤추듯 서빙을, 사장님은 튀김 기계 4개를 동시에 돌리느라 정신이 반쯤 나가 계셨다. 가게는 만석이었다. 눈은 TV에 고정한 채 쉬지 않고 맥주와 치킨을 씹다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남자들로 가득했다. 축구 경기 앞에 그들은 남자가 아니었다. 한 시도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 목소리에 가게 안이 '웅~' 소리가 났다. 이 사람들이 남자가 맞나 싶었다.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건 오늘도 정신없는 날이란 것이다.


주문 장부에서 다음 배달 주소를 확인했다. 다음 주문 배달 장소는 다행히 옥탑방은 아니었다. 번지 수의 숫자를 보니 집 근처였다. 그만 퇴근하고 싶었다. 마지막 배달을 끝으로 퇴근하고 방에서 누워 치킨이나 먹었음 싶었다. 벽면에 붙은 지도에서 다음 배달 주소를 다시 한번 살폈다. 비 오는 날 밖에서 비 맞고 배달 지도 못 찾는 개고생을 피하고 싶었기에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스마트폰도 네이버 지도도 없던 시절이었다.


"배고프지 않아? 치킨 좀 튀겨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따가 아르바이트 끝나고 먹을게요. 지금은 바쁘니까."

"아냐, 먹고 해 먹고. 다음 배달은 사장님이 가실 거야."


이 바쁜 시간에 사장님이 직접 배달을 가신다니.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사모님이 꺼내셨다. 혹시 아까 그 일 때문인가 싶었다. 가게로 전화가 왔었나. 머릿속이 상상의 날개를 폈다.


방금 전 옥탑방이 있던 동네는 과속 방지턱이 많은 지역이었다. 가는 길에 기억하는 것만 10개가 넘었다. CT-100 오토바이가 방지턱을 넘어갈 때마다 온몸이 출렁댔다. 치킨도 함께. 배달 장소에 도착해 빨간 배달통을 열었는데 닭다리 하나가 포장에서 이탈해 있었다. 포장이 잘 유지돼라 묶어둔 노란 고무줄도 보이질 않았다.


비는 이런 내 사정도 모르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상황은 이미 벌어졌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배달통에 굴러 떨어진 닭다리 하나를 다시 치킨 박스에 넣어 배달하는 것, 떨어진 닭다리 하나는 빼고 깨끗한 음식만 건네는 것. 난 후자를 택했다. 손님에게 오염된 닭다리를 배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떨어진 닭다리 하나는 배달통에 그대로 남겨두었다.


가게로 돌아가자마자 사장님께 바로 얘기해야지 생각했다. 방지턱 넘다가 그만 닭다리 하나가 포장에서 튕겨져 나와서 닭다리 하나를 빼고 배달했다고. 큰 일이라 여기지 않았다. 별일 없을 거라고 착각했다. 이렇게 생각하며 가게에 돌아왔는데 난데없이 생맥주 주문하는 소리에 깜빡 잊어버리고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사모님이 치킨 먹고 배달하라는 말을 듣고야 다시 생각났다. 아, 해야 할 말을 못 했다는 것을. 사장님이 주방에서 나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나가셨다. 주방일도 바쁜데 나 대신에.


'사모님, 사실 아까, 닭다리 하나...'


이렇게 말하려고 사모님을 쳐다보는데 내 앞에 치킨이 나왔다. 그래서 잠시 말을 미루기로 했다. 먹고 해야지 생각했다. 하려던 말과 치킨을 함께 삼켰다. 치킨에 눈이 멀었고 허겁지겁 치킨을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치킨을 먹으며 행복했다.


결국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치킨을 다 먹고 콜라도 하나 마셨다. 트림이 시원하게 나왔고 배가 찼다. 그때 사장님이 배달에서 돌아오셨다. 우비를 벗으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들어가시면서 치킨을 다 먹은 상태의 나를 지나치며 사장님 특유의 환한 미소도 잊지 않으셨다. 나도 같이 환하게 웃었다. 다음 배달을 나가기 위해 장부를 확인했다. 다음 배달장소는 아까 그 옥탑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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