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응모 7번, 브런치 북 2회 탈락하고 깨달은 것

생각을 살짝 비틀자 삶이 편안해졌다

by 오류 정석헌

또 떨어졌다. 2번 째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 때부터 계산하면 9번째다. 브런치 작가 응모에 7번, 브런치 북에서 2번 미끄러졌다. 계속 떨어지다 보니 일종의 깨달음을 얻었다. 떨어짐을 탈락을 미끄러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걸 반복하기 전까진 합격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는데 탈락하니 화가 났다. 다른 사람은 잘도 뽑아주면서 왜 날 안 뽑아주냐며 억울해했다. 한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떨어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너무나 심플한 이유였다. 이유는 바로 브런치가 날 뽑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유명인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도 아니며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책을 낸 저자도 아니며, 기발한 경험을, 색다른 시각의 글을 쓴 것도 아니었으니까. 뽑아야 할 이유보다 뽑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았다.


그러고 보니 삶은 내 마음대로 펼쳐진 적이 없었다. 정말 아주 가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후부터 생각을 살짝 비틀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수를 바꿨다. 안 되는 게 정상이고 되는 게 비정상으로 말이다. 합격이 아닌 떨어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받아들였다. 그러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화도 사라졌다.


10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자가 오늘 아침 발표됐다. 브런치 북 응모작 수는 8,150편으로 역대 가장 많은 작품이 응모된 해였다. 작년보다 2,300편 증가한 수치다. 9회 브런치 북에는 20개 글로 1편 응모했고 10회 때는 60개 글을 3편으로 나눠 응모했다. 응모도 일찍 마쳤다. 첫 해보다 시간도 품도 많이 썼으나 결과는 뽑히지 않았다.


대상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충분히 납득이 갔다. 선정된 작품들은 저마다 뽑힐 이유가 충분했다. 색다른 시선, 독특한 발상, 차별화된 접근. 반면 내가 응모한 브런치북에선 그런 것들을 찾지 못했다. 나 스스로도 나를 설득하지 못하니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떨어진 심경을 글로나마 풀고 싶어 글을 끄적이다 말고 유튜브 <김단장의 퀀텀점프>를 봤다. 잘 안 풀리는 사람들은 3가지 공통점 영상이었다. 3가지 공통점은 후회, 비교, 고민이었다. 초성만 따서 후비고다. 실패한 사람들의 제일 자주 하는 말은 '걸'이다. 그때 만날 걸, 그때 해볼걸. 나중은 없다는 걸 뒤늦게서야 알고 하는 말인데 이걸 계속 반복한다. 비교도 마찬가지다. 비교의 주체는 어제의 내가 되어야 하는데 자신이 아닌 남과 비교한다. 남과의 비교는 스스로 자존감을 갉아먹는 행위다. 고민은 생각 때문에 생긴다. 한데 생각을 깊게 해야는데 길게 한다. 후비고를 달고 살았던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지난 것은 지난 것이다. 반성은 하되 오래는 하지 말자. 내년 브런치 북은 올해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기로 했다. 게임은 지금부터다. 변죽은 이제 그만하자. 기대하지 말고 기대지도 말자. 실력을 쌓자. 그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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