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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Dec 28. 2022

0.1 퍼센트 가능성에 도전하는 일

투고로 책이 출간된 확률

3달 전, 생에 처음 20곳에 출판사에 투고했다. 출간 기획서와 샘플 원고 7편과 어떤 기대를 함께 메일에 담았다. 메일 전송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떨렸고 설렜다. 글자 하나라도 틀릴까 메일 내용을 보고 또 보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겨우 보냈다. 메일을 보낸 뒤 일주일 동안 하루에도 30번 넘게 메일함을 들낙 거렸다. 일주일이 지나 출판사 2곳에서 회신을 받았다. 답변은 '죄송하지만...'으로 시작했고 '저희 출판사와 방향이 맞지 않아' 아쉽다는 내용으로 끝났다. 방향이 맞는 출판사를 찾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두 번째 투고를 시도했다. 이번엔 44곳이었다. 원고 전체를 완성해서 보냈다. 40개의 소제목을 갖춘 A4 80매 분량이었다. 출간 기획서와 메일 내용도 다시 손봤다. 두 번째 투고에선 처음 보다 2배 많은 4곳의 출판사에서 답신이 도착했다. 하지만 메일 내용을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죄송하지만...'으로 시작했고 끝나는 내용도 같았다. 


답답했다. 속 시원한 피드백을 해주면 좋으련만. 풀리지 않는 실마리를 찾듯 투고를 잠시 멈추고 책 읽기를 시작했다. 읽는 내내 머릿속엔 투고한 원고가 출간될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걸까란 질문뿐이었다.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에는 투고한 원고가 책이 될 확률은 900건 중 하나라는 내용이 나온다. 확률은 0.11111퍼센트. 내 돈 들여 책을 내는 자비출판이나 독립출판은 제외한 수치다. 인터넷 어느 기사에선 편집자 인생 7년간 투고 원고로 책을 낸 경험은 한 번도 없다고는 내용을 마주하기도 했다. 


0.111111 퍼센트란 숫자를 보고 당황했고 한편으론 안도했다. 0퍼센트는 아니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한참 낮은 확률은 맞았다. 그래도 '가능성'은 존재하는 셈이다. 희박하지만. 그러고 보니 지금 내가 하는 투고는 0.1퍼센트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일이다. 일어나지 않을 확률 99.9%, 일어날 확률 0.1%. 일어나지 않을 확률 쪽이 월들이 많다.  


출판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투고가 불청객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출판사는 1년 스케줄을 미리 계획해서 움직이는 회사다. 편집자는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기도 바쁘다. 그러니 정말 매력적인 원고를 제외하고 평범한 원고에 눈길을 줄 사이가 없다. 출판사마다 투고된 원고 양은 다르겠지만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는 메일이 어느 편집자에겐 스팸 메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래서 어느 출판 기획자는 출간 기획서를 편집자가 메일을 열어보는 데 초점을 맞춰 작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지 모른다.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답답했던 부분이 해소되었다. 거절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 입장만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왜 내가 투고한 원고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가 먼저가 아니라 내 원고가 진짜 매력적인지 다시 돌아볼 일이다.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싶은 이들은 대부분 실패를 경험한다. 쓰는 이들은 실패를 사랑해야 하는 직업을 원하는 셈이다. 실패를 피할 길은 없다. 실패가 두렵지만 그럼에도 계속 조금씩 앞으로 나가야 한다. 실패나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단박에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은 없다. 1퍼센트 아니 0.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세상이지만 아무나 저자가 되진 못한다. 저자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 될 수 있으니까. 제로에서 1이 만들어지는 그곳에서 나는 오늘도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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