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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Mar 31. 2023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열심히일까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아무 이득이 없어도 춤출 수 있는 순간이 좋다

어떤 살사 수업은 과정이 모두 끝난 뒤 발표회를 갖는다. 발표회라고도 부르고 수료식이라고도 한다. 수업마다 다르다. 살사 초급 과정이 끝나고 발표회는 하는 경우도 있고 준중급 수업이 끝나고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아예 발표회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수업도 있다. 이번에 내가 참여한 초중마스터 클래스 수업에는 수료식이 포함되어 있다. 수료식에선 이번 수업에서 이런 것들을 배웠다고 살사바에 온 사람들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끼리 잔치다.


어제 6주 수업이 어제 끝났다. 일주일 뒤, 4/6일에 홍대 보니따 살사바에서 수료식을 갖는다. 마지막 수업에서 대형 이동을 배웠다. 처음엔 4:2로 시작해 중간에 2:2:2로 변경했다가 마지막엔 3:3으로 다시 변경한다. 머릿속에선 TV 속 아이돌 그룹에서 하는 대형 이동을 그려보지만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나만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뿐만 아니라 수료식 포스터 제작을 위해 간단한 사진 촬영과 수료식 당일 의상 체크도 마쳤다. 이 모든 게 일사천리로 끝났다.


고작 수료식이지만 참여자들 모두는 진심이다. 수업 참석 인원 중 절반이 수료식 참석 의사를 밝혔다. 총 12명, 6 커플이 그렇게 탄생했다. 확정된 커플은 지난주부터 수업 외에 연습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3일, 2시간씩 모여서 별도로 연습했다. 합정, 홍대 주변에 연습을 렌털하고 선생님 두 분이 번갈아 봐주셨다. 2시간 동안 춤을 추면 온몸이 다 아프다. (진짜 나만 그런 걸지도 모른다.) 살사 1시간을 출 경우 평균 12,000보를 걷게 된다. 중간에 조금 쉬면서 대략 2시간 정도 추면 최소 20,000보 이상을 걷는 셈이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손목, 발목, 허리, 정강이가 나 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일주일에 3일, 2시간씩 똑같은 음악에 똑같은 동작을 연습하다 보면 춤을 추지 않는 날에도 하루 종일 음악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횡단보도 앞에 잠시 멈췄을 때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도, 음식점에서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음악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발은 알아서 스텝을 밟는다. 심지어 자면서 꿈속에서 춤을 춘다. 공연도 아니고 발표회도 아닌 고작 수료식인데 말이다. 이걸 한다고 무슨 이득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런다. 참여하는 이유나 다들 다르겠지만 남들 앞에 서본다는 설렘 하나 때문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무대에 서본 이들은 안다. 그게 어떤 무대일지라고 한 번에 공연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쓴다. TV에 나오는 아이돌의 칼 군무 뒤엔 수십만 번 연습, 넘어짐, 땀이 배어 있고 무대 뒤에서 남몰래 흘린 눈물도 포함되어 있음을. 어떤 이는 공연하는 이들의 화려함만 보고 부러워하지만 나는 그들이 마냥 부럽지만은 않다. 비가 새는 골방에서, 연습실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데뷔할 순간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부디 세상으로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마시길.


앞으로 남은 일주일은 매일 모여 연습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 춤이 가장 많이 는다. 남들 앞에 서야 한다는 약간의 부담감은 수업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일종의 몰입이다. 이런 몰입은 춤출 때 힘든 줄 모르게 하고 없는 체력도 쥐어짜게 만든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드레날린 덕분이다. 수료식이 끝날 때까지 자주 두근거리고 가끔 몸이 찌릿하고 절로 입가에 웃음이 찾아온다. 수업만 받아서는 절대 알 수 없다. 이 모든 걸 수료식을 하는 이들만 누려서 안타깝다. 물론 개인마다 사정이 있기에 강요할 수 없는 문제다.


코로나로 거의 3년을 자유롭게 춤추지 못했다. 매일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코로나가 살사인들에게 좋은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언제 이런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르니 춤출 수 있는 지금 춤춰야 한다고. 매일 누리던 당연함이 사라짐을 겪은 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아무 이득이 없어도 춤출 수 있는 지금에 집중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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