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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02. 2023

난장판일 걸 알지만 연습 동영상 좀 찍어주시겠어요

난장판 실수 영상을 마주하는 어려운 일

초중 마스터 클래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위주로 영상을 찍었다면, 수업이 끝난 직후부터는 수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 영상을 찍는다. 선생님처럼 멋진 춤선을 뽐내며 춤출 수 있다면 좋으련만, 찍힌 영상은 대부분이 보기 민망한 실수가 담긴다. 영상에는 어떤 부분에서 스텝을 안 밟는지, 어떤 부분에선 반복적으로 실수하는지, 박자가 안 맞는 동작은 무엇인지 등 사람들마다 취약한 지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처음 영상을 받아 볼 땐 두렵다. 자신의 실수를 환영하는 일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멋진 그림도 아니고 '난장판' 같은 영상을 좋아하는 이가 과연 있으려나. 한데 실수가 담긴 영상도 보면 볼수록 익숙해진다. 그리고 춤이 점점 개선된다. 실수를 눈으로 확인했기에 메타인지가 상승한 것이다. 해서 춤출 때 의식적으로 틀린 부분을 개선하려고 인식하면서 춤을 추게 된다.  


인류의 오랜 관심사인 재능에 대해 파헤친 책『탤런트 코드』의 저자 대니얼 코일은 탁월함에 이르기 이들은 실수를 환영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실수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못 본 척하는데 반해 탁월함에 이른 이들은 반대로 실수를 직시한다는 것이다. 실수를 직시하면 배움과 성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러라도 실수를 해야만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의 실수를 찾으려 하고 그것과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말이다.


30대 직장 생활을 할 때 실수하는 게 너무 싫었다. 실수는 진급 누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 위험한 것은 실수 뒤에 따라오는 자기 비하, 다른 사람 눈치 살피기, 자책감, 자기부정 같은 감정들이었다. 이런 것들이 꼴도 보기 싫어 악착같이 노력하고 버텼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니 나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며 점점 더 단단한 벽을 만들며 일했다. 이런 것들이 쌓이니 실수하기 싫어 새로운 것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시도하기보다 익숙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다.


살사는 직장 생활과 반대였다. 살사는 실수를 피할 것이 아니라 환영하는 쪽이었다. 되려 자신의 실수를 빨리 발견하면 할수록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만약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살사를 알았다면 어땠을까? 좀 더 활기차고 유쾌하고 즐겁게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가끔 돌이켜 보곤 한다.


윈스턴 처질은 말했다.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실수들은 가능하면 일찍 저질러 보는 것이 이득이다. 실수를 하지 않고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잘하고 싶다면 실수를 눈으로 보고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 실수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연습 동영상을 보면서 개선할 지점 2개를 발견했다. 다음 연습에선 더 나은 춤선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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