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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03. 2023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 일

박수의 힘

수료식 공연 5일 전 주말 토요일, 선생님 포함 12명이 홍대 보니따 살사바에 모였다. 무대 동선을 정하기 위해서다. 미리 의상을 준비한 사람들은 의상을 입고서, 아직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평상복으로 연습에 참여했다. 


수업을 받았던 5평 공간이 아닌 무려 50평의 대형 홀이 우리를 마주했다. 곳곳에 설치된 샤이키 조명과 커튼, 각종 홍보 포스터, 그리고 DJ존까지. 눈은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한 듯 정신없이 스캐닝을 시작했다. 스캐닝도 잠시 선생님께서 위치를 정해주셨다.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은 법이다. 처음 인트로의 동작과 마지막 동작은 이유를 불문하고 정확히 맞아야 한다. 처음 서게 되는 위치를 정확히 인지해라. 눈치껏 사이 간격을 조정해라. 샤인 할 때는 처음 위치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생님의 일장 연설이 이어졌다. 


공연 당일 구경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을 위치까지 감안해 동선을 잡은 뒤 연습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연습 일정을 알고 몇몇 선배 기수들의 방문이 있었다. 선배 기수들의 양손엔 물과 음료수 간식이 들려있었다. 마침 점심도 못 먹고 온지라 반가움이 배로 증폭됐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선배 기수들 앞에서 쑥스러운 무대를 선보이기로 한다.


"자, 조용. 그리고 이어지는 잠깐의 정적........"


지금이 혹시 수료식 공연 당일인 것처럼 긴장감이 온몸을 감싼다. 처음 정해준 위치의 네온사인을 눈으로 확인하고 고개를 숙인 뒤 준비 자세를 취한다. 음악이 나오자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2분 20초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어설픈 무대지만 선배들은 우리에게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앞으로 더 힘내서 연습하라는 뜻이다. 선배들과 달리 선생님은 이런 상황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지신 듯 보였다. 바로 이어서 잔소리가 시작됐다. 그렇게 시작된 연습이 2시간 동안 계속됐다. 선배들은 그 사이 조용히 객석을 빠져나갔다.


"오류님, 샤인 할 때 혼자만 우측으로 너무 나가요." 

"오류님, 더 왼쪽으로."

"계속 똑같은 데서 틀리네요."

"오류, 정신 안 차려."


지적받은 부분을 신경 써서 한다고 했는데 계속 틀렸다. 음악 박자에 스텝 맞추랴, 내 위치 신경 쓰랴, 다음 패턴 진행하랴 전체 시스템이 풀 가동 되었지만 마음대로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형 이탈 실수로 10번이나 지적을 받았다. 학교에서 지적받을 땐 기분이 상하기 일쑤였는데 살사에서 지적받으니 오히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아쉬우니까 한 번만 더."

"연습 시간이 끝났지만 다음 예약 고객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한번 더."


왼쪽 발목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연습 더 하고 가실 분?”

“더하실 분은 놀이터로 이동해 주세요.”


오늘도 우리의 연습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일까?


박수에는 묘한 힘이 있다. 무한 경쟁인 사회생활에선 박수받기가 참 어렵다. 박수는 둘째치고 수고했다는 말도 듣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살사는 다르다. 잘하든 못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잘하면 잘했다고 박수를 못하면 그동안 애썼다고 박수받는다. 박수받기 위해 무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는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맹연습한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박수를 보내기 위함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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