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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04. 2023

나는 춤과 열애 중이다.

춤이 주는 사이킥 에너지

사이킥 Psychic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이킥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 같은 것이다. 연애를 할 때 주로 사이킥이 활성화된다. 상대방을 간절히 원하고, 상대방과 함께 하고 싶고, 상대방에게 나를 다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어디를 가도 상대방만 보이고, 상대방과 관련된 음악이 흘러나와도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현상. 이것이 바로 사이킥 에너지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나에게도 이런 현상이 생겼다. 마치 살사와 연애하는 느낌이랄까.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귓가에 음악이 맴돌고, 저녁에 잠들기 직전까지 음악에 맞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다 잠든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잘 안 되는 패턴의 스텝을 밟아보고, 횡단보도 앞에서도 샤인 동작을 해본다. 사람들 앞에 섰을 때의 두근거림을 상상하기도 하고, 무대 조명이 꺼지고 켜질 때의 박자를 혼자 세보기도 하고, 수료식이 끝나고 다 같이 축하를 하는 장면도 상상한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하루 종일 장난감 하나에 의지해 마치 현실인 듯 노는 모습을 보면 알 것이다. 한동안 상상하는 능력을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수료식 공연 때문에 잃어버렸던 것을 상상력을 되찾았다. 언제든, 어디서든 스위치만 켜면 뇌 속에선 축제가 일어난다.   


시도 때도 없이 켜지는 스위치 때문에 가끔 민망한 순간을 겪기도 한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거라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확신이 든 순간에만 조용히 스텝을 밟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3번이나 다른 사람들 눈에 띄었다. 분명 연습하는 순간은 혼자였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내 근처에 와있었다. 오피스텔 관리 사무소 소장님이 혼자 연습하는 나를 목격하고 조용히 입을 가리고 지나가셨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스텝을 밟다가 청소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으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샤인을 연습하다가 문이 열리는 것도 모르고 15층 옆집 남자를 민망하게 마주했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즐거움도 다시 회복했다. 수료식 공연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생생히 남겨보고자 시작한 쓰기 덕분에 하루를 2배로 사는 느낌이다. 직접 경험으로 한 번, 글을 쓰면서 상기하면서 두 번. 춤이 주는 선물이라 생각한다. 나는 요즘 춤과 연애 중이다. 아니 열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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