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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05. 2023

우리끼리 연습하는 날

과연 제대로 연습을 할 수 있으려나

벚꽃이 만개한 화창한 일요일 오후 3시, 선생님 없이 우리 끼리이 연습이 있는 날이다. 홍대 M2 연습실에 8명이 모였다. 연습에 앞서 잠깐의 근황토크가 이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근황 토크는 30분이 넘어가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보탰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턴 할 때 부딪히는데 왜 계속 붙으리고 하는 이해를 할 수가 없어."

"샤인 할 때도 마찬기지야. 계석 자리에서 벗어나는데 어떻게 다시 가운데로 오라는 건지."

"왔다 갔다 할 때 팔동작도 펴지 말고 약간 꺾으래. 영상에서는 다 폈던데."

"선생님이 정한 거에 토 달지 마."


반장이 말을 툭 잘랐다. 그리고 다른 불만이 말을 이었다.


"분명히 할 때는 다 폈다고 생각했는데 영상 보니까 구부정하데. 근데 팔을 다 펴면 올리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데 어쩌지."

"난 손 펴는데만 집중하다 보면 다음 걸 까먹어."

"연습하러 온 거야 수다 떨러 온 거야."


또 말이 잘렸다. 이번에도 역시 반장이.


"벌써 30분 지났는데 날씨도 좋은데 나가서 맛있는 거나 먹을까?"

"자세가 흐트러지면 그대로 멈추라고 했어. 괜히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다음 동작을 기다렸다가 이어가야 해."

"그건 공연 때 야기고 지금은 완벽하게 연습해야지."

"선생님은 시선처리 다 하고도 박자가 남는데 우린 왜 빨리해도 박자가 모자란 걸까?"

"혹시 노래 비트가 90 아닐까? 우리는 지금 95로 연습하고."

"오늘 아침에 샘(선생님)이 어젯밤 올린 영상 보고 20개 정도 코멘트 단 걸 본 순간 연습 오기 싫더라."

"연습할 때 200을 해야 공연에서 100이 나온다던데."

"아니, 어차피 뒤로 가면 갈수록 포기할 것이 더 많아져."


수다에 수다가, 불만에 또 다른 불만이 계속 이어졌다. 한쪽에선 안 되는 동작을 서로 시연해 보는 커플도 있었다. '이러다 1번이라도 전체 연습을 맞춰볼 순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잠시 수다는 렌털 시간 20분을 남길 때까지 이어졌다. 우린 몸으로 춤을 추지 않고 입으로 춤을 췄다. 


그때 갑자기 연습실에 불청객이 나타났다. 선생님이 깜짝 방문을 하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방문에 모두 기겁을 했고 어색하게 웃으며 선생님께 인사했다. 선생님은 이런 우리들의 상황을 미리 짐작이라도 한 듯 밝게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 한 커플씩 해볼게요.”


벚꽃이 만개한 4월의 화창한 일요일 오후 연습은 밤이 돼서야 끝이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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