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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07. 2023

마음의 우선순위가 만드는 차이

인식의 차이가 태도를 만든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어젯밤 연습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난주부터 1.5일에 한 번꼴로 이어진 연습 일정에 몸이 불평을 쏟아내는 듯했다. 아침에 침대에서 내려오면서 왼발을 바닥에 디뎠는데 찌릿한 전기 통증이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았다. 지난주도 이런 적이 있어 한방 병원에서 침치료를 받고 조금 나아졌나 싶었는데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방 병원 원장 선생님은 움직이지 말고 휴식을 취하라 권하셨지만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당분간은 침치료, 진통제, 파스의 지원을 받는 수밖에.


오전 9시쯤 수료식 파트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연습에 오려고 했는데 몸이 좋지 않아서 못 오겠다는 연락이었다. 내일 연습도 장담을 못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능하면 수요일 총연습에 보잔다. 내 파트너는 인천에 산다. 인천에서 홍대까진 최소 1시간 반 거리다. 왔다 가는 것만으로 3시간을 써야 한다. 해서 억지로 오라고 권하기가 어렵다. 다행인 건 파트너는 나보다 살사 경력이 많다. 흡수가 빠르다. 여태 연습량은 충분하지 않더라도 수요일, 목요일 연습만으로 잘 따라오리라 생각해 그리하자 답했다.


파트너와 달리 난 살사 경력이 짧다. 집도 홍대에서 30분 거리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연습에 참석한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발목에 통증이 찾아오더라도 말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에게 변명하지 않기 위해서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 무대에 서긴 하지만 각자 생각하는 공연의 무게는 다르다. 어떤 이에겐 공연이고 어떤 이에겐 고작 수료식이다. 단어 하나 차이지만 인식의 무게는 천지차이다. 공연으로 생각하는 이는 한 번의 무대에 모든 걸 다 쏟아붓기 위해 연습하고 연습한다. 고작 수료식으로 인식하는 이는 징검다리로 참여한다. 무대 의상 하나를 고르기 위해 옷을 7벌 주문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미 안무를 다 외웠는데 혹시 모르는 디테일이라도 놓칠까 하루에 30번 이상 영상을 돌려보는 이도 있고 영상을 아예 쳐다도 안 보는 이도 있다. 한 번뿐인데 그거 그냥 실수하고 쪽팔리지 뭐 하는 사람도 있고 단 하나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며 안 되는 동작을 물고 늘어지는 이도 있다.


인식의 차이가 태도를 만든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다. 그래서 강제할 수는 없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이에겐 무엇도 와닿지 않을 테니까. 살사 경력, 연습량, 관심도, 참여도 모두 다른 이들이 모여 함께 무대에 선다. 공연은 라이브다. 한 번 하면 그걸로 끝이다. 앙코르 요청이 있지 않는 한. 실수해도 되돌리지 못한다. 단 힌 번 뿐인 걸 아는 이는 그걸 알기에 모든 걸 쏟아 넣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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