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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10. 2023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원래 공연이란 게 그런 거야. 잘했던 것도 안 돼.

공연 2시간 전, 홍대 살사바 보니따 세뇨리따홀에서는 살세라들의 단장이 한창이다. 기초화장을 마친 살세라들의 화장을 돕기 위해 3명의 도우미들이 눈썹, 헤어, 반짝이, 목걸이와 팔찌 액세서리 착용을 도와주고 있다. 살세로들은 이런 광경을 신기한 듯 멀찌감치 앉아서 구경 중이다. 살세로도 단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헤어스프레이와 비비 크림 바르기가 전부기에 살세라에 비해 준비 시간이 짧을 뿐이다. 살세라에게 오늘 은 순간 자신이 가징 예뻐 보이고 싶어 하는 여자의 본능이 최고조로 발휘되는 순간이다. 사실 춤을 리드하는 건 살세로지만 살사 공연에선 살세라를 돋보이게 해주는 병풍 역할이다.


“수료식인데 공연처럼 준비하셨네요.”

“그럼요, 한 번뿐인 수료식이니 당연하죠.”


일찌감치 응원을 찾아와 준 이들이 있다. 그동안 수고했음을 아는 듯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간식도 사가지고 방문을 해주신다. 앞서 공연을 해본 이들은 지금 이 순간 필요한 카페인이 듬뿍 담긴 커피, 물, 빵, 초콜릿등을 안긴다. 선배로서 흐뭇한 미소는 덤이다. 미소에는 지금 이들이 어떤 심정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하다.


"자, 살세로들끼리 샤인 한번 맞춰볼까요?"


살세라들의 준비가 길어지는 틈을 타 살세로들끼리 샤인을 맞춰보자고 주철샘이 제안하신다. 버건디 남방과 흰 바지를 맞춰 입고 한껏 머리에 힘을 준 살세로들의 샤인이 시작된다. 통일성을 갖춘 일종의 제복을 갖춰 입은 이들의 동작은 전과 달리 보이고 조금 뻥을 보태 칼군무 같아 보이기도 한다. 공연 시간이 차츰 가까워올수록 긴장감이 고조된다. 다들 이야기는 안 하지만 심장이 마구 뛰고 있을 것이다.


"근데 사천님은 어디 갔어요?"

"옷 갈아입으러 갔는데 여태 안 오네요. 올 시간이 지났는데."

"누가 전화 좀 해봐요."


30분 전쯤 옷을 가지러 간 사천님이 여태 돌아오지 않았다. 홍대 보니따에서 10분 거리인 자신의 가게에 걸어둔 옷을 입으러 간다고 하고 갔는데 말이다. 전화 통화 후 20분이나 당황한 얼굴로 사천님이 돌아왔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걸려있던 옷이 지금 가보니 사라졌다고 한다. 큰일이다. 사천님이 현재 입고 있는 옷은 하얀색 면티라서 이대로 입고 공연할 수는 없었다.


"제가 입고 온 카디건으로 입어보면 어때요?"


다행히 홍반장형의 카디건이 버건디 색이라 임시방편으로 해결을 했다.


"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맞춰볼까요?"

"릴리가 없는데요, 잠시만요."

”9:30분에는 다 모이라고 했잖아요. 그때부턴 아무 데도 가면 안 돼. 다 같이 한번 맞춰보는 게 이렇게 힘드나. “


선생님의 염려석인 말 한마디에 걱정과 염려가 묻어 있었다. 한쪽에선 로제와 파트너 홍반장이 아까부터 쉬지 않고 계속 연습 중이다. 그러면서


“선생님, 여기 좀 봐주세요. 아까까진 되던 게 잘 안 돼요. 죄송해요.” 라면서 선생님께 계속 봐달란다.

”원래 공연이 그런 거야. 했던 것도 안 돼. “


"자, 공연팀 준비해 주세요."


오늘 공연 사회자가 세뇨리따 홀에 들어와서 이제 그만 연습하고 준비하라고 한다. 공연 15분 전이다. 밖에선 10시 라인 댄스가 시작되었다.


"자, 공연팀 모여볼게요. 마지막으로 파이팅 외치고 들어가요."


마지막 당부 말씀이 이어졌다.


"여러분들은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어요. 제가 알아요. 그러니 이제부턴 자신을 믿으세요. 혹시라도 틀릴 수 있어요. 만약 틀리면 남들 동작 보고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 동작 보고 따라가려고 박자 전체를 놓치게 돼요. 그러니 틀리면 멈춰서 환하게 웃다가 다음 동작 들어갈 곳을 찾으세요. 자, 하나, 둘, 셋, 파이팅 하고 들어갈게요. 하나, 둘, 셋, 파이팅~~~~~~~~~~."


복도에서 무대 입장을 위한 사열이 시작됐다. 우황청심환이 필요한 순간이다. 목이 바짝바짝 말라 들어간다.

머릿속으로 패턴을 기억하려 하는데 안된다. 몸에 근육이 경직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믿을 건 몸의 기억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 휜다. 틀려도 괜찮다. 대신 틀려도 자신 있게 틀리자. 놓치면 샤인을 하자. 쪽팔림은 잠시뿐이니까.


“후우우우우, 후우우우우, 후우우우우.” 크게 심호흡을 연달아해 본다.

“자~ 입장하세요.”


드디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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