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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11. 2023

살면서 한 번이라도 모든 걸 걸어본 적이 있는가?

남들 앞에서는 2분 10초의 용기 있는 선택

“입장~ 홍반장, 로제, 오류, 릴리, 솜솜, 스파....”


한 명씩 이름이 호명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입장이다. 붉은 커튼 뒤를 돌아 사람들 앞으로 나서는 일. 눈앞에는 어림잡아 200명 사람들이 보이고 환호소리, 박수 소리가 들리며 그들이 온몸으로 보내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사람들 앞에 서본 이들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이 광경을 사진으로 찍고 싶을 정도였다. 사진 대신 오늘은 눈으로 충분히 담는다. 수료식 인원이 모두 무대로 나왔고 음악소리가 묻힐 정도의 환호성이 정적으로 교차되는 바로 그때.


“빠바밤바바바바~”


'원, 투, 쓰리' 카운트에 고개를 들고 왼손으로 살세라가 회전할 수 있도록 리드하고 왼발이 카운트에 맞춰 움직임을 시작한다. 음악에 몸이 자동으로 반응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믿을 건, 내 몸과 파트너 둘 뿐이다. 이 순간을 위해 그간 애쓴 노력까지 셋이다.


“꺄~~~ 예쁘다. 멋있다.”


귀는 음악 소리에 몰입되어 노이즈 캔슬링된 것처럼 들리고 입은 실수 동작에서 틀리지 말자고 붙였던 오엔오 왼 오엔을 말하면서, 한 동작 그리고 다음 동작을 이어나간다. 잠깐씩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면 순간 집중이 흐트러져 듣고 싶은 말과 소리들이 들리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말이 거짓말이어도 상관없다. 오늘만큼은 내가 주인공인 것이니 그저 즐기다 내려오자는 마음 하나뿐이다.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그냥 움직인다.


”빠바비비바바빔 빠밤. “

"꺄아아아 아~~~~~~~최고다, 짝짝 짝짝."


2분 10초. 공연이 끝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귀가 떨어질 듯한 함성과 박수가 들렸다. 사람들의 박수는 훌륭한 무대를 뜻했고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그걸 증명이라도 해주는 듯했다. 후회 없이 춤춘 무대였다. 떨렸고 잠깐 스텝이 엉키기도 했고 부끄러워 사람들과 눈도 오래 마주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공연은 용기를 내는 일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떤 이는 망설이다 포기하지만,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점은 ‘용기’ 하나뿐일지 모르나 시간이 지날수록 용기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분명히 달라진다. 망설임과 포기는 자신의 선택이다. 남이 그 선택을 대신해줄 수 없다. 경기장에서 스무 명남짓의 선수가 뛰고, 관람석에서는 8만 명 관객이 응원한다. 관객은 구경하기 위해 돈을 내고, 선수들은 살아 숨 쉬며 경기를 만든다. 경기장의 선수로 뛸 것인가 관람객으로 뛸 것인가는 본인 선택이다. 난 선수 쪽을 택했을 뿐이다.


무대에 서는 사람 중 안 떠는 사람은 없다. 안 떤다고 말하는 사람만 있을 뿐. 그들도 실은 떨리고 두렵다. 하나 떨리고 두렵더라도 무대에 선다. 무대가 끝난 뒤 느끼는 성취감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을 계속하는 이유는 모두 비슷할 것이다.   


이 기분을 또 느끼기 싶다. 또 경험하고 싶다. 그래서 또 도전한다. 다음 도전은 바차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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