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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Oct 28. 2023

살라,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춤이 가려쳐준 값진 교훈

스페인 브루고스, 비스카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zubchikmax, tzomaniy 영상을 봤다. 영상에서 두 크리에이터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광장에 스피커를 들고 나타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춤을 청한 뒤 마음껏 춤을 춥니다. 주변 사람들은 처음엔 당황한 표정이었다가도 흥겨운 음악에 춤을 추는 두 남녀를 보며 카메라를 들고 찍기도 하고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누가 보든 말든 상대에게 그리고 춤에 집중하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으면 나 또한 춤을 추고 싶어진다.


비가 오는 날에도 이들의 춤은 멈출 줄 모른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그들이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장면을 바라본다. 비는 그들의 춤을 막아설 수 없다. 오히려 비가 춤을 더 추라고 재촉하는 듯 보인다. 비를 맞으며 그들은 더 빗속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며 즐긴다. 옷이 젖든, 신발이 젖든, 머리카락이 젖든 아무 상관하지 않으면서.


그러고보니 어릴 때 비가 오늘 날, 우산도 쓰지 않고 뛰어다녀본 적이 있었다. 엄마는 비를 맞으며 뛰는 아이들을 보며 혹시나 감기에 걸릴까, 넘어지진 않을까, 조심하라고 그리고 우산을 쓰라고 재촉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에겐 비 맞으면서 뛰는 것도 하나의 놀이였을테니까. 그들은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 감기에 걸릴까도 생각하지 않으니까. 중요한 건 오직 지금 이 순간 재밌다면 비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니까.  


빗속에서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봤다. 성인이 된 뒤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지난 날이 문득 스쳤다.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정작 남들은 나에게 단 1도 관심이 없지만 내 안의 검열관이 나의 행동을 제약한다는 걸 춤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남이 즐거워하는 것에 배아파한다. 그리고 자신을 그런 부류가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부러워한다는 걸 나는 안다. 눈빛은 속일 수 없으니까. 


예전엔 남들에게 선뜻 취미가 살사라고 얘기하는 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괜찮다. 앞으로 남들이 뭐라 하든 춤추며 살거니까.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춤이 내게 알려준 값진 교훈이다. 아이처럼 살라는. 그리고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나만의 놀이를, 즐거움을 잃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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