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사 첫 수업 풍경
무턱대고 신청하긴 했지만 막상 강습날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졌다. 이상한 상상이 일어나더니 제멋대로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하 감옥 같은 곳에 끌려가 갇혀 감금당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상에 빠진 그때, 효정님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다.
‘오늘 첫 연습이네요, 이따 봬요’
카톡을 확인하고 바로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아까의 상상이 다시 깨어날 것 같았다.? 가지 말까? 못 간다고 말할까? 다음에 시간 날 때 갈게요라고 답할까?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를 열 차례 반복한 끝에 답장을 보냈다.
‘네, 이따 봬요.’
지금 와서 못 간다고 하면 사실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았다. 덩치가 산만한 사람이 소심하게 미룬다느니, 보기보단 우유부단하다느니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겁도 났다. 그래서 결국 마음과는 반대로 답을 해버렸다.
살사 기초반 수업은 저녁 7:30분이었다. 연습실은 합정동. 집에서 30분 거리다. 한 시간 전에 연습실 근처에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 2시간 전 다음 카페에 들어가 보니 새 글이 하나 올라왔다. 수업 전에 식사하는 ‘밥벙’ 공지였다. 수업 전에 간단하게 식사하실 분들은 연습실 앞 국숫집에서 함께 식사하고 들어가자는 내용이었다. 혼자 들어가기 뻘쭘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참석 댓글을 달았다.
저녁 6:30분 연습실 근처 국숫집에 도착했다. 밥벙 소집한 ‘주니’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께 전활 걸었다. 그리고 이어진 어색한 첫 만남. 국숫집에는 주니님 외에도 4명의 사람들이 더 있었다. 간단한 목례 하고 콩국수를 주문했다.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
“아,,,,저는 오류입니다.”
“오류동 사시나 봐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책 읽다가 여태 삶을 잘 못 산 것 같아서 그렇게 닉네임...”
“아’
“식사하시죠!”
20여분의 식사 시간이 끝나고 연습실로 향한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비좁았다. 물론 내 기준에서다. ‘터벅터벅’ 한 계단씩 조심해서 내려간다.
“안녕하세요 석헌님!!”
효정님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새로운 모임에 나갈 때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힘이 될 줄 몰랐다. 새삼 고맙게 다가왔다.
“연습 잘하시고 이따 빠에서 봐요~~”
그렇게 효정님은 손을 흔들며 연습실을 떠났다.
“안녕하세요. 111기 여러분.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6주간 수업을 진행할 에테르고요, 옆에는 찌까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처음이라 상당히 어색할 텐데요, 간단히 서로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볼까요?”
자기소개 시간이 너무 싫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할 때마다 하기 싫고 피하고 싶고 그렇다.
“110기 스텔라 (효정님의 닉네임) 소개로 오게 된 오류 (나의 닉네임)라고 합니다. 앞으로 6주간 잘 부탁드려요.”
‘떨지 않고 침착하게 얼굴엔 미소를 띠면서 잘 끝났다.’
111기는 36명이다. 36명의 소개가 끝나고 운영진의 소개가 시작됐다. 매니저, 총무, 연습실지기 등. 믿음이 갔다. 없는 믿음도 생길 판이었다. 뭔가 듬직한 형 느낌의 매니저님, 단아하고 단단할 것 같은 총무님, 환한 미소가 멋진 연습실지기님등.
“앞으로 잘 부탁드리고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첫 수업은 살사 기본 스텝입니다.”
“1,2,3 (4) 5,6,7 (8)”
“참 쉽죠?”
“1,2,3 (4) 5,6,7 (8)”
힘차고 부드럽게 발을 떼어본다. 왼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