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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May 16. 2023

살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

독서 모임 멤버를 통해 알게 된 신세계

“효정님, 요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요즘 얼굴이 너무 좋아 보이세요.”

 
5월의 어느 화창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시원한 바람, 파란 하늘, 따스한 아침 햇살. 이 모든 걸 누리며 등촌역 고양이 똥 2호점 카페를 찾았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모임이 요즘 무료한 일상의 힐링 포인트다. 고양이 똥 2호점 카페의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잔잔한 음악이 나를 반겼다. 카페 중앙을 통과해 안쪽방에 자리를 잡기 위해 반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나보다 먼저 효정님이 도착해 있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는 밝은 미소였다. 무슨 좋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혹시 남자 친구가 생긴 건가라고 생각하며 질문했다.
 
“살사 때문인 것 같아요. 어제도 밤새 추고 왔거든요.”
“밤새고 오셨다고요? 안 피곤하세요?"
"전혀요. 재밌으니 피곤한 줄도 모르겠네요."
"그게 밤샐 정도로 그렇게 재밌는 건가요?" 


밤을 새울 정도로 재미가 있다니. 살면서 밤을 새울 정도로 재밌는 걸 경험해 본 건 스타크래프트가 다였다. 프로게이머 임요한의 컨트롤을 따라 해 보겠다며 대학생 때 친구들과 PC방에 모여 요리조리 마우스를 움직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빠져 지내던 때가 있었다. 특히 PC방 1시간 요금을 걸고 3대 3 플레이가 진짜 묘미 중의 묘미였다. 그런데 게임이 아닌 춤이 그렇게 재밌다니 의아했다. 하지만 재밌다니 관심이 생겨 더 질문했다.


"저처럼 뚱뚱한 몸치도 가능한가요?”
“그럼요, 석헌님보다 더 큰 사람도 추는걸요.”
“우와~~ 진짜요?”
“그럼요. 언제 한번 같이 (살사바에) 가보실래요?”
“좋아요.”
 
“아,,, 맞다. 다음 주부터 초급반 111기 수업이 시작돼요. 일단 카페에 회원가입부터 먼저 하세요.”
“네, 링크 보내 주세요.”
“그런데 석헌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나이 제한이 있거든요.”
“정말요? 나이 제한이 몇 살인데요?”
“마흔까지로 알고 있어요,”
“아,,,,그럼 저는 안 되겠네요. 저 올해 마흔둘이거든요.”
“........... 혹시 모르니까 운영진에게 물어보고 내일 연락드릴게요.”
“네, 연락 주세요.”
 
다음 날, 월요일 아침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회사에 막 도착해서 옷을 벗는데 나를 찾는 카톡이 울린다.
 
“카톡, 석헌님!!”
 
효정님이다.

“운영진에게 물어봤거든요. 이번 기수만 다행히 나이 제한이 없다네요.”
“오... 정말요? 그럼 당장 등록하고 회비 입금까지 해야겠군요.”
“네네~~ 가입 신청하시고 카톡 주세요.”
“효정님,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네요.”
“가입 완료했습니다. 그럼 토요일에 봬요.”
“네, 석헌님. 토요일에 봬요.”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한시적으로 풀린 나이 제한 덕분에, 효정님을 만난 덕분에, 독서 모임에 나간 덕분에 살사를 만났다. 토요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고작 이게 뭐라고 이렇게 나를 설레게 하는 건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정마스터님, 회의 시작하시죠."


아, 맞다. 월요일 회의.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에 잠깐의 설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괜찮다. 이번 주는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생이란 과감한 모험이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헬렌 켈러의 이 말을 좋아한다. 새로운 모험은 언제나 설렌다. 아무튼 살사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뜻하지 않은 우연처럼.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른다. 내 삶도 춤이 될 수 있을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라틴 세계로의 모험을.
 
 Shall we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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