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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Jun 30. 2023

당신의 행복지수는?

세계 경제 12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여전히 제자리일까?

한국의 행복지수가 세계 137개 나라 가운데 57위라는 내용의 유엔 산하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는 끝에서 4번째에 해당하는 결과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국제 행복의 날’인 3월 20일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조사대상 137개국 중 57위를 기록했다. 다행인 건 2021년에는 62위, 2022년에는 59위였으니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회원국 38개국에서 따져보면 끝에서 4번째에 해당하는 결과다. 한국보다 행복도 점수가 낮은 곳은 그리스, 콜롬비아, 튀르키예 세 나라뿐이다. 세계 행복 보고서에는 갤럽세계여론조사(GWP)가 매년 실시하는 ‘주관적 행복도’ 설문조사 데이터 3년 치를 토대로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부정부패 지수 등을 반영해 산출한 행복지수가 담긴다. 조사 결과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는 핀란드가 6년 연속 차지했고, 10위권 안에는 북유럽 국가가 많았다. 세계 경제 12위 국가인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왜 이렇게 낮을까?


그간의 직장 생활과 퇴사, 프리랜서를 거치며 깨달은 건 삶의 만족감이 통장 잔액에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연봉이 오르면 오를수록 행복지수도 오를 거란건 나의 착각이었다. 행복지수 대신 스트레스 지수가 올랐다. 과도한 업무량, 업무 강도는 위로 올라갈수록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일수록 통장에는 돈이 쌓일지언정 본인은 온종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일쑤다.

연봉이 높은 직업이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개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새벽에 퇴근했다 다시 새벽에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점심은 패스트푸드로 때우며 식사시간을 쪼개 일하는 날도 허다하다. 이런 일뿐인 삶을 쫓는 이들을 묘사한 15초 영상이 많다. 집에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로 직행, 다시 알람이 울리면 회사로 원위치. 집이 원래 위치였는지 회사가 원래 위치였는지 모를. 퇴근 후 삶이 없는 기절모드를 시전 하는 사람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할 수 없고 친구들과 전혀 어울릴 수도 없는 사람들, 한때 나 또한 심각한 워커홀릭이었기에 이런 영상을 볼 때면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었다.


미국의 한 로펌은 변호사를 뽑을 때 사장이 그의 부인을 만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전한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동의하면 우리 회사가 당신 남편을 채용할 것입니다. 남편을 포기하십시오. 앞으로 당신 남편은 1년의 절반은 해외에 출장 나가 있을 것이고, 나머지 반년의 절반은 야근을 하고 있을 것이고, 남은 절반은 업계 인사들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남편과 함께하는 삶을 포기하면 좋은 집과 차를 제공하고 평생 돈 문제로 걱정하지 않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예전에야 생계를 책임져주는 직장이 최고였다지만, 이제는 선호하는 직장 개념이 바뀌었다. 여가생활을, 육아 휴직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 주는 직장이 최고로 꼽힌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 3년 MZ 세대들은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버티기를 택하는 대신 퇴사를 택하는 비율이 2배가량 늘었다. 퇴사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대표적으로 과로와 수직적인 조직문화, 자유시간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간 뼈 빠지게 일해서 몇 배로 부자가 됐는데 행복지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당신의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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