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정말 힘든데, 정말 뿌듯한 일
진정한 공연러는 시작 전의 긴장감과 마친 후의 상쾌함의 갭이 크면 클수록 진성이다라고 했던가. 공연을 준비할 땐 매번 '아 힘들어 다신 안 해야지. 내가 이 짓을 또 하면 똥멍충이지.' 하고선 공연이 끝나면 또 공연반에 들어간다. 정말 진정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공연은 정말 힘든데, 정말 뿌듯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책 쓰기와 닮았다.
더해서 살짝, 정확히 1cm 정도쯤 실력이 는다. 1cm의 실력 향상은 자신은 잘 모른다. 대신 남들이 알아봐 준다. 그런 걸 경험하면 공연러의 무한 루프가 시작되고, 공연반에 중독된다.
D-7, 10월 12일 첫 공연을 하게 될 압구정 TOP 살사바에서 시작된 연습이 2시간을 넘기 시작하자, 함께 연습한 멤버들의 입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연습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 함께하는 동료들의 합이 잘 맞지 않은 아쉬움, 몸의 비명등이 합쳐진 결과였다. 잠깐의 틈만 나면 자리에 앉아 쉬는 사람 (여기에 나도 포함), 한숨을 크게 쉬는 사람, 그리고 TOP 빠 사장님이 빨리 끝내라고 하는 안달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리고 사서 하는 고생의 쓴 맛이자, 달콤함이었다.
목 뒤에선 땀이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쏟아졌고, TOP 살사바가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라 에어컨을 한대 밖에 켜지 않았고, 정해진 리허설 시간이 끝을 향해 갈수록 도레미파솔라시를 넘어 '도'까지 쌤들의 목소리 톤도 올라갔다. 목소리에서 지켜보는 쌤들의 초조함이 느껴졌다.
2시간 30분의 리허설을 마치고 TOP빠 계단을 올라가면서, 쌤이 짧게 한마디 했다. '쉽지 않네.' 난 그냥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공연팀 멤버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쉬웠다면, 공연 후의 기쁨도 적어지지 않을까.
고 신해철이 방송에서 이런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연말 시상식 때 상 받는 기쁨은 이틀쯤 가지만, 노래를 만들면서 고생한 기억은 평생 간다고. 오늘 고생한 기억도 평생 갈 것임이 분명했다.
오늘 불평불만을 토로한 사람들은 오늘 고생한 걸 하얗게 잊어버리고 내일 또 연습하러 나올 것이다. 내 눈엔 그게 보였다. 물론 나도 거기 포함이지만. D-7 함께 땀 흘린 공연팀 멤버들에게 박수를, 그리고 쌤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얼른 푹 쉬고, 내일 연습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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