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멋짐을 만든다
단체 강습을 받으면 바차테라(바차타를 추는 여자)가 주기적으로 바뀐다. 강사는 한 동작 연습이 끝날 때마다 '파트너 체인지'를 외치며 파트너를 바꾸라고 외친다. 그러다 보면 같이 춤추고 싶은 여자를 만나기도 하고 같이 춤추고 싶지 않은 여자를 만나기도 한다.
같이 춤을 추고 싶은 상대만 있다면 좋겠지만 춤추고 싶지 않은 상대가 걸릴 때가 더 많다. 물론 바차테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춤추고 싶지 않은 상대를 만나더라도 얼굴에서는 절대 싫은 표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 이는 커플 댄스의 기본 매너다.
춤추고 싶지 않은 상대를 만나면 3분만 견딘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되고, 강사님께는 어서 빨리 '파트너 체인지'를 외쳐달라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면 된다.
그렇다면 같이 춤추고 싶은 상대는 어떤 상대일까? 같이 춤추고 싶은 여자는 매너가 좋은 여자다. 이런 상대와 춤을 추면 부담이 없다. 추고 나면 기분도 좋고 즐겁다. 처음 홀딩 전에 간단히 목례로 시작하고 입가엔 살짝 미소를 머금고 추는 내내 상대방에게 시선은 마주하지 않더라도 얼굴을 돌리지 않으며 끝날 땐 잘 췄다며 손뼉을 쳐주는 상대, 이런 상대와 춤을 추면 시간이 딱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반대로 춤추고 싶지 않은 여자는 매너가 없는 여자다. 일단 인사가 아예 없고 홀딩 자세부터 몸을 움직일 때도 불편해하는 표정을 드러낸다. 그런 표정을 마주하면 바차테로는 더욱 긴장해서 어떤 동작도 제대로 리드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거만한 여자도 있다. 춤을 출 때나 끝났을 때 한 수 가르쳐 준다며 코치를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며 원하지도 않은 조언을 한다. 나쁜 습관이다. 개인 레슨을 오래 받은 사람 중 그런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것이 꼭 맞는 코칭은 아니란 걸 모르는 것이다. 자기가 배운 선생이 다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운 입장에서는 그게 정답이고 다른 것은 다 틀린다고 생각하니 조언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상대는 대부분 춤이 끝나고 나면 투덜댄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같이 춤춘 사람의 험담을 하기도 한다. 어딜 가나 이런 타입은 환영을 못 받는다. 강사부터 다른 파트너, 심지어 같은 여자들 험담을 하니 누가 좋아할 수 있겠는가.
춤은 바차테라가 돋보이기 위한 것이다. 바차테로의 역할은 리드와 지지대일 뿐이다. 바차테라가 멋지게 몸을 활처럼 휘며 구사하고 싶은데 바차테로의 역할이 시원찮으면 마음 놓고 동작을 할 수 없다.
매너가 좋은 상대와 같이 추다 보면 나도 잘 추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면 더 신나서 춤이 잘 된다. 이런 경우는 보는 사람도 많다. 반면 매너가 없는 상대와 춤을 추게 되면 몸이 굳어 춤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둘 다 춤을 못 추는 것처럼 보인다. 같이 못 추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매너가 춤을 만든다. 매너가 춤을 잘 추게 만든다. 그러니 서로 매너를 잘 지키며 추는 게 좋다. 그런데 나는 춤추고 싶은 상대일까? 춤추기 싫은 상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