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사람들은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이 없다.
5년째 춤을 추고 있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냐고 묻지 않는다. 사회생활에 지쳐서 온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도통 관심이 없는 걸까. 오직 춤을 출 궁리만 하는 사람들만 있다. 그래서 너무 좋다.
직업이 무언지 물어보지 않으니 내가 밖에서는 이렇게 잘 나가라며 으스댈 필요도 없고, 내가 말이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떠벌일 일은 도무지 생기지도 않는다. 그냥 음악이 나오면 홀딩 신청을 하고 함께 춤을 추고, 너무 재밌었다고 서로 다독이는 정도가 이곳에서의 일이라면 일이다.
그러다 조금 상대에게 관심이 생기면 닉네임을 물어보는 정도가 다다. 그것도 본명이 아닌 닉네임. 현실에서의 삶에 이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캐릭터의 모습의 이름을 묻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경계선도 없다. 아니 설령 있다고 해도 홀딩하며 서로 손을 맞잡는 순간 경계선은 금방 깨어지기 마련이다. 그토록 가까이 붙어있는데 경계선이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
그저 음악에 조용히 온몸을 맡기고 상대의 리드에 집중하다 보면 가면은 벗겨지고 본연의 나만 남게 된다.
그래서 더욱 이 춤에 빠져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곳엔 오직 음악과 춤만이 공존하니까. 세속적인 것들은 다 벗어던진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