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 시간만 놀기
춤 추기에 적당한 몸이 아니어도, 저질 체력으로 몸에 쥐가 나도, 공연복이 맞지 않아 발품을 파는 수고로움을 하고도 공연을 계속하는 이유가 바로 재미라면, 앞으로 오래도록 춤을 즐기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바로 2시간만 놀기다.
딱 2시간만 노는 것,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이야길 들어보시라. 살사바에 가서 화장실에 가서 가글과 볼일을 마치고 사물함에 가방을 보관한 뒤, 음료 티켓을 들고 음료를 바꿔마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그 외에 바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5분을 쓴다. 자리에 착석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려오는 음악도 듣고 사람 구경도 하다가, 내가 알고 있는 음악이거나, 갑자기 나가고 싶거나, 홀딩 신청이 들어거나 하는 순간부터 춤이 시작된다.
한곡, 두곡, 세곡까진 괜찮은데, 세곡이 넘어가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래서 그 이후부턴 선풍기 앞에 붙박이처럼 입을 벌리고 서서 땀을 식힌다. 네 곡 째부터는 한곡 추고 한곡 건너뛰고, 한곡 추고 두곡을 건너뛴다.
처음 살사를 시작하고 살사바에서 나의 목표는 세곡이었다. 세곡만 춰도 만족감이 차올랐다. 햇수로 5년째가 된 지금은 세곡은 아쉽고 적어도 다섯 곡은 춰야 만족감이 올라온다. 이런 식으로 다섯 곡을 추면 1시간 30분이 지나버린다. 연속해서 추는 것이 아니니까. 물론 체력이 충만한 사람은 연속해서 추는 경우도 있지만 나에겐 예외다.
다섯 곡까지 췄으면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마지막 한 곡을 더 추느냐 마느냐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더 추고 가면 심장이 뛰면서 보니따 살사바를 나오게 될 것이고 지금 이 상태로 나가면 안정된 심장박동 상태로 나가게 될 것이다. 둘 다 괜찮다. 두근두근 거리며 나가는 것도, 편한 상태로 나가는 것도.
그렇게 5 또는 5+1곡을 추면 두 시간이 된다. 시간은 보통 10시 30분~35분 내외다. 가방을 메로 나서는 나에게 사람들이 '벌써 가요? 왜 더 놀고 가지?' 하며 눈빛을 보내지만 난 딱 이 정도가 좋다. 혹 바깥에서 어떤 사람들은 '집에 보물을 감춰두고 오셨나요? 혹시 신데렐라 세요?'라며 농담 석어 얘기하기도 하지만 괜찮다.
두 시간은 내가 정한 원칙이다. 적당한 만족감이 차오르는 시간이기도 하고, 아쉬움이 남지 않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 살사바에 들어선 순간부터 매번 집에 가기가 싫다. 재밌는 이곳에서 영원히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매일 썬업하고 싶고 함께 뒤풀이도 가고 싶고 즐기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일정이 무너진다. 하루 놀고 하루 회복으로 힘겨운 일상을 보내는 게 싫다. 그냥 아쉬움 없이 적당히 오래도록 놀고 싶은 게 나의 작은 바람이라면 바람일까.
47세의 나는 그렇게 원칙을 정했다. 딱 두 시간만 적당히 놀기. 만약 내가 30살이라면 절대로 이런 원칙을 세우지 않았겠지만. 만약 그때라면 매일 최선을 다해 놀기였겠지만 말이다.
난 살사와 바차타를 60세까지 오래도록 추고 싶다. 아직은 그래도 수업을 잘 따라가고 소셜도 재밌게 할 수 있는 나이지만 매년 몸 상태가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정한 원칙에 따라 놀고 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이 원칙은 오래도록 춤을 추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