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 느끼기 때문
"연말 시상식에서 상 받는 거요. 하루 가데요. 그런데 곡을 만들면서 울고 웃고 한 기억은 평생 가데요."
고 신해철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다. 내가 130kg인데도 불구하고 공연을 계속 나가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실 난 바차타 공연을 하기엔 최적화된 몸이 아니다. 130kg 과체중이기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1시간 이상 연습이 지속되면 관절에 무리가 온다. 몸에서 무리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쥐'다. 발바닥에 쥐가 나기도 하고 종아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허벅지 안쪽에 쥐가 나기도 한다. 심지어 손가락에도 쥐가 난다. 또한 공연복도 문제다. 남들은 편하게 공연에 필요한 옷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지만 난 남들보다 뚱뚱해서 직접 옷을 맞추거나 이태원에 가서 여러 매장을 돌며 발품을 팔아서 옷을 구해야 한다.
이런 몸 상태인데도, 이런 수고로운 일을 왜 난 계속하려는 것일까? 재밌어서다. 고 신해철이 얘기했던 대로 과정은 힘들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기쁨과 슬픔은 평생 지속되기 때문이다.
공연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정말 힘든데 정말 뿌듯한 일
한 번의 공연, 정확히는 3분의 공연을 위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공연 수업 6주 동안 매번 1시간씩, 연습 최소 3번 2시간씩, 리허설과 최종 동선 확인에 2시간. 다 합치면 최소한 20시간은 필요하다. 몸이 동작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모든 일을 제쳐두고 반드시 몸으로 익히고 땀 흘리며 체화하는 시간.
20시간의 법칙은 여기서도 통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 상태에서 어느 정도 숙달에 이르기에 충분한 시간.
모든 공연은 'LIVE'다. 녹화 방송이 아니란 이야기다. 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도,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주 흥미진진하다. 이 모든 변수를 헤쳐나가야 비로소 사람들 앞에 설 수 있게 된다.
어제는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공연 준비로, 공연 여파로 몸이 방전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하루 만에 방전된 몸이 회복됐다는 것. 앞으로는 하루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앞으로도 난 공연을 계속할 것이다. 비록 공연에 최적화된 몸이 아닐지라도. 쥐가 계속 난다고 해도. 공연하고 하루 종일 누워있는다 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공연하는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니까. 난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대신 선수가 되고 싶으니까 말이다.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이 생겼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나만의 공연을 하나 더 끝냈다. 체력이 다하는 그날까지 이 재미있는 공연을 계속하고 싶다. 계속 흥미진진한 일들을 만들고 싶다. 살아 있음을 계속 느끼며 살고 싶다.
이번 공연 안무를 지도해 주신 <올라틴> 어텐션쌤 & 메이쌤. 그리고 함께 공연하느라 애쓴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