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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Sep 27. 2024

우리끼리 오디션 보던 날

“잠시만요, 저 너무 떨려서 립스틱 좀 바를게요.”


난생처음 알았다. 여자들은 립스틱으로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걸. 과감해지고 싶을 땐 강렬한 색의 립스틱을. 차분하고 싶을 땐 차분한 색의 립스틱을 사용한다는 걸.


2024.9.8 푸꾸옥 공연 41일 전, 6주 차 공연반 수업이 끝나는 날. 갑자기 쌤이 자리 선정을 위한 오디션을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미리 알려준 것이 아닌, 정말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공연반을 몇 번 해본 나는 언젠가 이날이 올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물론 나 이외에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파트너를 이미 정해서 공연반에 등록한 사람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개인 연습을 했을 테니까. 하지만 3일 전에 파트너를 배정받은 나 같은 사람은 불리했다. 다행인 건 낯선 타인들이 아닌 여태 함께 연습했던 공연반 멤버들 앞에서 하는 거란 것 정도다.


떨렸다. 누군가 나를 유심히 지켜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랜만에 떨리는 느낌이 묘한 쾌감을 안겼다.


“자, 호명하는 커플 나오세요.”


드디어 시작이다. 앞의 두 팀, 정확히는 네 커플 8명의 안무는 눈부셨다. 그들은 이미 파트너를 정해서 공연반에 등록한 사람들이었다.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실제 공연을 본 것처럼 입꼬리가 올라갔고 물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난 세 번째로 호명됐다.


6주 수업, 자유 연습 2번, 120번쯤 영상을 봤고, 보충 수업에 1시간 참석한 것치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 절반보다 높게 점수를 준 건 내 노력이 가상해서다. 앞으로 남은 2주 디테일을 보충하고 연습하다 보면 더 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리끼리 오디션이었지만, 영상도 촬영했다.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어느 부분을 모르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영상은 정확히 짚어 주었다. 나름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했던 날이다.


앞으로가 더 재밌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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