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무료니, 돈을 쓰면 삶이 재밌어진다
드디어 D-day (10/12) 베트남 푸꾸옥에서 선보일 안무를 국내에 먼저 선보이는 날이다. 첫 공연을 초청해 준 동호회는 압구정 러브라틴이었다.
공연 시간은 저녁 8시 40분. 공연팀은 오후 4시부터 리허설을 위해 모였다. 마지막으로 동선을 점검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동선 점검은, 다시 디테일 수정으로, 감정 연기로, 다시 반복에 반복이 이어졌다. 뻔한 전개긴 하지만. 어느덧 리허설이 2시간쯤 이어지고 마침내 리허설도 끝났다.
이제 남은 2시간 40분은 데코레이션 타임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 공연 파트너 혹은 메이크업을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남자들도 비비 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고 아이라인을 그린다. 덕분에 못난 얼굴이 조금은 봐줄 만 해졌다.
다음은 사진 촬영 타임. 공연 커플들끼리, 바차테로(남자들)끼리, 바체테라(여자들)끼리, 다 같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이 2분, 영상을 찍어주시는 분이 1분, 거기에 메이크업 도와주시는 분들, 동호회 운영진분들까지 모이니 마치 우리만의 축제의 장이 펼쳐졌고, 흡사 연예인이 된 듯한 착각마저 일어난다.
드디어 대망의 공연 시작. 떨림이 몰입으로, 그간의 고통이 환희로, 숨 가쁜 호흡 뒤에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로 지나간다.
박수를 받으며 퇴장, 난 환복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10분간 앉아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심장 소리가 진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은땀이 목 뒤로 계속 흐르고 알싸한 쾌감이 전신을 감싼다.
이 순간이 좋다. 엄청 힘들었던 만큼 엄청 좋은 이 기분. 이것이 공연이 맛있다. 책 쓰기와 참 많이 닮았다. 이 맛에 공연을 계속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간에 노력과 애씀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다. 오늘만 오후 4시에 모여서 리허설만 10번, 마지막 최종 점검 2번, 지난 9주의 숱한 연습의 시간이.
공연 멤버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며 달콤한 인사를 건넨다.
“수고하셨어요.”
정말 수고했기에 이 말을 오래도록 어루만진다. 이 순간이 참 좋다. 다음 무대는 5일 뒤다.
삶은 무료하다면, 공연반에 등록하자. 유료 결제가 삶을 5배쯤 재밌게 만들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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