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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Oct 19. 2024

공연의 맛 (2)

아는 사람들 앞에 서는 즐거움과 짜릿함

'먼저 오시는 분들은 놀이터(살삽)에서 준비해 주고 금일 9시 반에 3번 정도 맞춰보고 보니따로 이동할게요

순서가 처음입니다. 오늘은 감정선만 풍성하게 보여주면 지난주 보다 훨씬 좋아질 거 같아요!!! 파이팅!!!'


압구정 TOP 살사바 공연에 이어 다음 공연은 홍대 보니따(Bonita)다. 보니따는 홍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초대형 살사바다. 그리고 <<인생은 살사처럼>>에서 소개했듯 내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방문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나만의 케렌시아다. 덕분에 아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아는 사람들 앞에 선다는 건 짜릿하고 재밌다. 그동안 안 보였던 게 공연 준비 때문이었냐는 의외의 반응을 접할 수 있고, 어쩐지 요즘 춤이 조금 는 것 같다는 칭찬도 받을 수 있으며 공연 당일 화장으로 가린 내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손을 흔드는 인사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10/18)는 공연팀이 무려 4팀이었다. 공연 전에 잠시 대기하는 보니따 내부의 세뇨리따 홀엔 검정, 블루, 레드, 표범무늬 공연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밤 10시 정각이었다. 공연팀은 상대팀의 공연복이 자신의 것보다 예쁘다며 서로 간의 시샘의 눈빛을 잠시 주고받는다. 또한 마지막 최종 리허설을 해야 하기에 공연 전에 서로의 안무를 선보인다. 공연팀 앞에서 공연을 하는 또 하나의 무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서로 자신의 팀이 최고로 멋진 무대를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조금 과하게 동작이 들어가기도 하고, 실수해서 넘어지기도 하고, 동선이 잘 안 맞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괜찮다. 공연팀은 그런 와중에도 여태 수고했다며, 애썼다며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연팀을 응원하는 팬들, 동기들, 친구들의 축하도 받는다.


그래서 공연 시작 전 30분이 정신없이 지나가버린다. 상대팀의 최종 리허설, 마지막 얼굴과 옷 데코레이션, 축하인사 덕분에 세뇨리따 홀의 문이 계속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MC가 세뇨리따 홀에 들어와서 '준비하세요.'라는 손짓을 하고 갔다. 이제 곧 대략 5분 정도 뒤에 시작이라는 뜻이다. 보니따 메인 무대에 붉은색 커튼이 쳐지고, 공연팀은 붉은색 커튼 뒤와 세뇨리따 홀 사이의 복도에 대기한다. 우리끼리 파이팅도 조용히 하고, 서로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어깨를 다독거리기도 한다.


"오늘은 보니따 가족 여러분께, 아주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죠. 한국 노래에 바차타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 곧 베트남 푸꾸옥 공연 예정인 팀을 모셨습니다. 벌써 해외 공연만 6개가 잡힌 아주 핫한 팀인데요. 바로 모셔보겠습니다. 팀 노을 나와주세요."


"와~~~~(300명의 박수소리와 함성소리)."


무대를 'ㄷ'자로 에워싸고 있는 수많은 인파가 우리를 맞이한다.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순간이다. 이제 시작. 그동안 얼마나 연습했던가. 얼마나 땀을 흘렸던가. 얼마나 애썼던가. 박수 소리와 함성 소리가 일종의 수고했다는 보상처럼 다가온다.


(입장, 10초의 정적 그리고 몰입) 파트너의 등과 맞닿은 내 가슴이 쿵쿵 심장 소리를 내고 있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데 나에겐 정확하게 들린다. 공연 팀 전체에 들리는 지도.


"고요한 바다 위에~~"


음악이 시작되면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마법이 시작된다. 시야에서 관객이 사라지고 오직 스포트 라이트와 볼빛과 옆에 공연 멤버들의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시간, 3분. 마지막 남는 건,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숨소리뿐. 그제야 음소거되었던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환호성과 데시벨이 공연이 얼마나 멋졌음을 알려주는 척도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재밌다.'


내 안의 내가 이렇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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