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은행에서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은행에서 글이 술술 써진다고 하면 믿겠는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나는 독특한 경험을 한 그날 이후 은행을 ‘글쓰기 장소’로 기억하게 됐다.
일본 삿포로 여행을 하루 앞둔 어느 날이었다. 은행 앱으로 미리 신청한 엔화를 찾으러 은행을 찾았다. 환전 신청한 엔화를 받으러 신한은행 가양역점을 찾았을 때, 나는 예상치 못한 ‘글쓰기 명소’를 발견하게 됐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식히며 시원한 은행 안으로 들어섰고, 대기표를 뽑으니 내 앞에 10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은행 소파에 앉아 TV 뉴스와 대기번호판을 번갈아 보다 문득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1시간은 기다려야겠는데?’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찰나, 다음 손님을 부르는 벨이 울렸다.
‘띵동’
벨 소리를 듣고, 나도 모르게 블로그 앱을 열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글이 흐르기 시작했다.
띵동, 또 벨이 울렸다. 내 앞의 대기 손님 한 명이 줄 때마다 문장이 한 문단씩 늘었다. 기다림은 줄고, 손끝의 검은 글자는 늘었다.
은행 내부에 흐르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가끔 내 시선을 자극하는 번호판이 오히려 글쓰기에 방해가 되기는커녕, 집중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나는 1시간 동안 블로그 글 초고 세 편을 완성했다. 환전을 기다리는 동안, 그 어느 날보다 몰입해서 글을 썼다.
책상 앞에 앉는다고 늘 글이 써지는 건 아니다. 글이 안 써질 땐, 밖으로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걸으며 글감을 찾고, 뜻밖의 장소에서 몰입을 경험할 수도 있다. 내게 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오늘, ‘글이 써지는 장소 리스트’에 은행을 추가했다. 벨 소리에 마음이 열리고, 글이 터지는 의외의 장소. 다음에도 글이 막히는 날엔 다시 이곳에 올 것이다. 환전이 아니라, 글 한 편 환전하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