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모르겠다, 그냥 쓰자
매일 글을 쓰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가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에라 모르겠다’ 자세다. 이 깨달음은 지난달 한 학인이 올린 반성문을 읽고 얻은 것이다.
그 학인은 이렇게 반성문을 올렸다.
<반성하며 고백합니다>
어떤 글이라도 매일 쓰고자 글쓰기에 다시 참여했다. 5월은 21일 중 15일을 써서 다행스럽게 수료를 했다. 6월에도 그 정도라도 써서 올리면 성공이라는 생각에 참여했다.
오늘은 6월 21일이다. 그동안 내가 올린 글은 총 5편이다. 통계표를 보면 내 자리는 듬성듬성 체크되고 쭈욱 빈칸이다.
매일 글 올리는 성실한 작가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올리는 글들 대부분을 읽었었다. 하지만 글을 안 써지는 날이 쭈욱 이어지니, 글쓰기 단톡방을 클릭하기가 두려웠다.
어느 날은 블로그에 글을 써놓고는 글쓰기 단톡방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내가 약속을 해놓고 스스로 약속을 어긴 내가 초라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 번씩 글을 올리면 작가님들이 속으로 꼭 흉볼 것 같았다. 물론 전혀 그럴 분들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나 스스로의 자격지심이 나를 움츠리게 만들고 있었다.
오늘은 6월 매력 글쓰기 마지막 날이다. 그냥 끝까지 글을 안 쓰고 빈칸으로 남겨둘까 했지만, 7월에도 다시 매력 글쓰기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도사려지고 있다.
그러려면 무언가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지금 반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심기일전하여 7월엔 꼭 수료를 해야겠다. 게으름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나락에 떨어뜨리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반성의 고백으로 오늘 마지막에 점을 찍고자 한다.
학인의 반성문을 읽으며 세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이 이어질수록 혼자 괴로워하는 모습, 간간이 글을 올릴 때마다 혹여 다른 작가들이 자신을 흉볼까 봐 움츠렸던 마음, 블로그에 글을 쓰고도 단톡방에 공유하지 못하고 컴퓨터를 닫던 모습까지.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나 또한 학인처럼 혼자 글을 못 올리고 조마조마했던 날들이 있었으니까. 간혹 글 한 편 올렸다가 누군가에게 나를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조마조마했던 날들이 있었으니까. 덜컥 글쓰기 프로그램을 신청해 놓고 혼자서 애간장을 태운 무수히 많은 날들이 있었으니까.
다른 작가들은 글 한 편 손쉽게 휙휙 쓰는 것 같고, 나만 쓰는 게 힘들 것 같고, ‘남들 시선 신경 안 쓴다’고 말하면서 실은 누구보다 신경 쓰고 있던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그러다 '자격지심, 자기 검열'의 늪에 빠져 있던 나를 건져준 문장을 만났다. 강원국 작가의 글이었다.
“노래방에서 남들이 노래할 때 잘 듣지 않듯,
사람들은 당신 글에 의외로 관심이 없다.”
(강원국의 글쓰기, p.315)
강원국 작가의 문장을 읽고 입에서는 감탄사가, 손에서는 박수가 절로 쳐졌다. 문장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글을 쓰는 사람인 척, 혼자 착각에 취해 있었고, 세상 누구보다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면서 전전 긍긍하고 있었으니까.
강원국 작가의 문장을 만난 뒤, 글 쓰는 태도를 바꿨다. 한마디로 말하면 “에라 모르겠다.” 태도다.
어차피 남들은 내 글을 안 본다. 그러니 무슨 글이든, 마음 가는 대로 쓰자로. 엉망이면 어떠냐. 그게 지금 내 마음인데라는 자세로.
그렇게 마음먹었더니, 놀랍게도 그 순간부터 글이 조금씩 써지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누구나 처음엔 겪는 고통 중 하나가 바로 '자기 검열'이다.
사실 아무도 내 글을 보지 않는데, 쓰고 나면 왠지 모르게 조마조마해진다. 아무도 안 보는데 모두가 내 글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착각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이다.
그러니 착각을 멈추고 싶다면 마음속에 켜진 CCTV 스위치를 꺼야 한다. 자기 검열의 스위치를 내려야 한다.
실제로 실험해 보면 알게 된다. 글을 한 편 써서 단톡방에 올리거나 소셜미디어에 올려보자. 그리고 가장 가까운 지인에게 물어보자.
“혹시 내가 글 올린 거 봤어?”
대부분의 돌아오는 대답은 이럴 것이다.
“아, 몰랐는데?” 혹은 “언제 올렸는데?”
사람들은 당신의 글을 기다렸다가 읽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리고 다들 자기 자신을 생각하느라 남 생각할 여유가 없다. 내 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더 자유롭게 써도 된다. 남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써도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마음가짐이 하루아침에 생기진 않는다. 이것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써보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자기 검열'도 희미해진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그냥 쓰자. 당신 생각, 당신 마음을.
그리고 혹시 누군가 당신의 글을 정말로 읽었다면, 그분께는 “시간 내서 읽어줘서 고맙다”라고 인사하면 된다.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혹시, 글을 쓰며 겪은 다른 고민이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