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와 이별하게 도와줄 3가지 책 속의 말들
책을 읽고 메모하는 단체 카톡방에서 학인의 메모를 엿보게 되었다. 메모 밑에 적혀있는 학인의 속 마음이 내 눈길을 끌었다. 내용인 즉, 왜 나에게 계속 급한 일만 생기냐는 것이다. 학인은 급한 일이 계속 생겨 어떻게든 처리를 해냈는데 정작 자신의 일을 처리하고 못하는 것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전화 한 통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 했다. 정작 계획해놓은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남의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보내 기운이 없어져 술 한 잔을 위안 삼아서 잊어버리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학인의 속마음을 담은 메모에서 예전의 내 모습이 보였다. 무역 회사 재직 시절 나는 미루기 대마왕이었다. 내가 다녔던 섬유 무역회사는 매달 출고일이 정해져 있었다. 나는 출고일이 맞춰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충분히 미리 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마감일이 닥칠 때면 숨이 안 쉬어질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업자득이었다. 갑의 입장에서 마감일에 어떻게든 일을 처리해야 하니 하청 업체를 쪼기 바빴다. 무조건 납기를 맞춰내야 한다는 둥, 납기 못 맞추면 난리가 난다는 둥, 오만 핑계를 그럴 싸하게 지어내기 바빴다.
나와 일하는 하청 업체는 어떻게든 나를 도와주었지만, 물론 결재를 받아야 했으므로, 출고가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갖은 스트레스를 스스로 창조해냈고, 어떻게든 처리했다는 안도감이 계속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충분히 바꿀 수 있었지만 나는 바꿀 이유를 찾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도와주었던 하청 업체들에게 고마움이 생긴다.
학인은 '을'의 입장인 것 같았다. 혹시 나 같은 '갑'의 직원과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생겼다. 뭔가 도움이 돼주고 싶은데 딱히 내놓을 만한 대안이 나에겐 없었다. 학인이 어떤 입장인지 정확히 알 수 없기도 하고 나의 조언이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할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 떠올랐다. 책의 글귀를 공유해주는 것이다.
그간 책을 읽으며 미루기의 천재였던 나를 바뀌게 도와주었던 글들을 공유해주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 나의 조언이 아닌 책을 쓴 전문가들의 조언이라면 내가 책의 도움을 받았듯, 학인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에버노트 메모장을 열어서 '미루기'로 검색을 시작했다. 에버노트의 최대 장점인 검색 기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0개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 그중 나는 3개 문장을 학인에게 공유해주었다.
첫 번째 공유한 메모는 이것이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에서 가져왔다. 학인에게 이 글이 미루기도 결국 습관이란 걸 알려주고 싶었서였다.
미루기, 자기부정, 불평불만이 습관인 것처럼 열정, 자기 존중, 결의, 자신감도 습관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도 부정적인 사고방식도 모두 습관이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 165p)
두 번째 메모는 <<어웨이크>>에서 가져왔다. 제대로 해보려고 하다는 생각이 역설적이게도 미루기를 양산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역설적이게도, 미루기의 원동력은 제대로 해보겠다는 불타는 의지다. 그저 좌절과 실패가 두려워 그런 불안을 미루기로 분산하는 것뿐이다.
(어웨이크, p.104)|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게리 비숍 작가의 <<시작의 기술>>에서 가져왔다. 따끔한 조언이 필요할 때마다 게리 비숍 작가의 책을 펴고 마음을 바로 잡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나중에 할게요.” 아니다. 지금 해라.
(시작의 기술, 225p)
다양한 책을 읽은 덕분에 지금은 미루기를 끝내고 대신 미리 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하기 싫은 일을 제일 먼저 해치우는 루틴을 만들었다. 피하면서 괴로움을 증폭시키는 대신 괴로움을 먼저 직면하기를 선택했다. 덕분에 지금은 한결 일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고 생활도 편해졌다.
학인이 일적으로나 생활적으로나 더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는데 잘 전해질지 모르겠다. 일을 어떻게든 해준다고 상대방은 고마워하지 않는다. 상대는 내가 바꿀 수가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나를 바꾸는 것. 상대가 나를 압박하지 않도록 스케줄을 미리 알려달라고 요청을 보낼 수 있고, 회사라는 조직을 핑계 삼아 적당한 거절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일 잘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많다. 학인이 지금 읽는 책을 그만 덮고 거절과 요청에 관한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거절과 요청은 삶을 사는데 유용한 기술이다. 적당한 거절과 요청은 나에게 보호막이 된다. 거절과 요청이 나를, 내 시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매번 급한 일은 없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급할 일이 생길 수는 있다. 과거 내가 '갑'의 입장에서 일을 해봤기에 학인이 현재 어떤 입장인지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다. 학인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익혀 일도 잘하고 개인의 성장도 이룰 수 있길 희망한다. 다음 메모에선 자책 대신 기쁨의 글을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