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서 나가지 못하는 남자

마음속 CCTV 끄기 생활

by 오류 정석헌

카카오톡 단체 카톡방이 30개가 넘는다. 경제 공부, 자기 계발, 그림 그리기, 체력 단련 등 저마다 목적이 다른 방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내 욕심 덕분에 들어갔다.


덕분에 카카오톡엔 읽지 않은 메시지가 +999개 상태다. 붉은색으로 강렬하게 표시된 읽지 않은 메시지는 내게 손짓한다. 어서 카톡을 읽으라고 어서 읽어달라고 나를 유혹한다.


이른바 붉은 유혹은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을 만든다. 읽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이 탄생한다. 시간 날 때 한 번에 정독해야지 하며 읽기를 점점 미루게도 한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읽어야 한다는 건 스스로 만들어낸 강박이다. 강박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카톡으로 시작해 잠들기 전까지 카톡을 옆에 끼고 사는 삶을 살게 한다. 어느새 카톡 단톡방의 삶이 최우선 순위를 차지했다.


읽지 않은 메시지는 쌓이기를 반복한다. 어느 날 겨우 다 읽어냈다는 기분은 잠시뿐이고 잠시 한눈팔면 언제 그랬냐는 듯 쌓이고 쌓인다. 한 달 동안 내가 한마디도 거들지 않아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단톡방을 정리하고 싶은데 정리하질 못한다. 어느 곳 하나라도 나가면 뒤처질 것 같기 때문이다. 나가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나가버린 나를 안 좋게 기억할까 봐서다. 착각도 유분수라는 말은 이런 날 두고 하는 말이리라.


단단한 착각의 늪에서 날 건져준 책이었다. 책은 내 머릿속의 착각을 도끼로 깨부수어 주었다.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란 책을 읽고 깨달았다. 잡동사니가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난 단톡방을 일종의 자산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자산이 될 것이라 믿었다. 지금 당장 사용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사용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특히, ‘잡동사니가 끼치는 영향 19가지’를 읽곤 머리를 세게 한 대 탁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뭐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19가지 모두 내 상황 같았다.


단톡방 정리를 시작했다. 한 달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는 단톡방에서 나왔다. 청소를 시작한 뒤 물건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깨닫듯, 단톡방 청소를 한 뒤에야 홀가분해짐을 경험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내가 나간 지 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나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마음속에 CCTV를 설치해놓고 자신을 스스로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을 정리하며 내 마음속 CCTV를 스위치를 내렸다. 붉은 글씨로 표시되는 카카오톡 배지 기능도 해제했다. 배지 기능을 해재한 한동안은 잘못 형성된 내 습관이 보였다. 분명 카카오톡에는 붉은 글씨가 표시되지 않았어도 습관처럼 카카오톡을 클릭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배지 기능을 다시 켜야 하나를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습관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난 그렇게 탈출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남에게는 나에게 주는 관심의 1/100도 안 쓴다. 혹시 나처럼 생각해 단톡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 과감히 나오라고 말하고 싶다. 나 같은 오류를 범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30개 이상 되던 단톡방을 정리하고 이제 5개만 남았다. 불필요한 잡동사니 같던 단톡방 정리는 스마트폰도 나도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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