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준비의 달인이 되기로 한다
어제 올린 글로 응원을 많이 받았다.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박요철 작가님께서 손수 출판사에 보내준 원고 덕분에 3번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출판사의 피드백은 한 편의 편지 같았다. 장문의 피드백엔 4가지가 적혀 있었다. 좋은 점, 아쉬운 점, 향후 수정 방향, 요청사항. 눈길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좋은 점이었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2개나 있었다. ‘빼어나다’, ‘강한 감동.’ 단어를 읽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 글에서 감동이 느껴진다는 건가.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다음은 아쉬운 점이다. 마무리가 아쉽다는 내용과 전체 주제와 달리 각각의 에피소드처럼 느껴진다가 주요 내용이었다. 쓰기만 썼지 퇴고란 걸 제대로 해보지 않았고 했다 해도 한 두 번에 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또 글의 분량을 늘리려 장황하게 설명만 늘어놓았던 것이 출판사에 눈에는 정확히 보였던 것이다. 좋은 점을 읽고선 잠시 좋아했고 아쉬운 점까지 읽고선 반나절 동안 아쉬워했다. 점점 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땅속으로 굴을 파고 들어갈 것만 같았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박요철 작가님께 전화를 걸었다.
"작가님, 출판사 피드백을 3번쯤 읽어봤는데 제가 제대로 이해를 제대로 한 건지 몰라서 전화드렸어요."
박요철 작가님껜 3번이라 얘기했지만 사실은 아니 조금 과장해서 100번쯤 읽었다. 피드백을 받자마자 손이 덜덜 떨렸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책상에 앉아서 읽는데도 계속 떨렸다. 그래서 서서 읽었다. 그래도 진정이 안되어 밖에 나가서도 읽었다. 다시 들어와서 또 읽었다. 단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읽고 또 읽었다.
"석헌님, 축하드려요. 만나자는 내용이네요."
아쉬운 점에 한참을 머물러 있다가 세 번째 요청 사항까지 진도를 못 나가기도 했고 관심이 아쉬운 점에 갇혀 읽었다 한들 지나쳤었던 것이다. 박 작가님과 전화 통화를 마친 후 다시 보니 거기에는 '만나서 얘기'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내게도 '드디어'의 순간이 찾아왔다. 드디어 이번 주 금요일 오후 2시 출판사에 간다. 약속이 잡힌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영어로는 Finally라고 표현하는 단어 드디어. 마침표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 드디어. 하지만 난 아직 시작도 못했기에 써보지 못했던 단어 드디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엔 질문으로 순식간에 가득 찼다. 뭘 입고 가지, 자기소개는 어떻게 하지, 뭘 더 준비해 가야 하지, 무슨 질문을 할까, 차를 렌트해서 갈까, 첫 미팅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머리를 좀 다듬어야겠네, 첫 미팅부터 땀나는 모습으로 비치면 내가 초라해질 것 같으니까 2시간 전에 미리 가서 땀 좀 식히면서 차분히 정리를 해볼까. 혼자 김칫국 마시며 상상을 펼쳤다. 출판사는 집에서 30분 거리였다.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에서 이경 작가는 첫 미팅 때 새 신발을 신고 갔다고 하는데 나는 새 신발은 살 처지가 못되니 신발이라도 깨끗하게 빨아서 신고 가야겠다 결심한다.
혼자서 이런 상상을 펼치는데 카톡으로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박요철 작가님이 스몰 스텝 단톡방에 축하 인사를 먼저 전했고 뒤 이어 10명의 사람이 축하 인사를 남겼다. 소식은 날개 달린 듯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걷잡을 수 없이 축하가 쏟아졌다. 큰일 났다. 아직 시작도 제대로 안 했고 계약도 하지 못했는데 입장이 난처했다.
개인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한 사람들이 계속 늘었다. '카톡'은 손수 알림음으로 나를 태그 해서 올리는 사람이 많음을 알려줬다. 처음부터 10번째 까지는 '아직 계약도 못했어요.'라고 답변했는데, 답장을 받은 상대방에겐 '이제 계약했어요.'로 보이는 걸까. 계약 못했다는 글을 남겼음에도 사람들은 계속 축하를 전했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내 답장이 소용없음을 깨닫고 그 뒤로 오는 모든 답장엔 감사합니다로 응답했다.
쓰는 일을 잠시 좋고 오랫동안 괴로운 일이다. 축하 인사를 받은 순간 잠시 행복했다. 내게 날개가 있다면 하늘이라도 날고 싶을 만큼 좋았다. 칭찬은 무거운 내 몸도 날게 했다. 좋았던 기분도 잠시, 다시 현실이 보였다. 계약까진 아니 출판사 미팅까진 앞으로 나흘이 남았다. 여행 떠날 땐 나흘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바랬지만 미팅을 앞둔 나에게 나흘은 길고, 멀고, 한숨만 나오게 했다.
그대가 꿈을 이루면 그건 또 누군가의 꿈이 된다!
오늘 밤 자고 일어나면 금요일이 되는 마법이 펼쳐지면 좋겠다 싶은 날이었다. 응원 덕분에 좋았고 미팅 덕분에 느낀 하루였다. 이제 나흘 동안 준비의 달인이 되어봐야겠다. 목표가 있으니 흔들리지 말고 길게 보며 서두르지 말고 꿈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 다짐한다. 서두르지 말고, 꼬물꼬물,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그렇게 나아가자. 나는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위대한 존재임을 믿으니까. 서두르지 말고 멈추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