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으로 미디어 수용하기
1. 다이어트를 권장하는 사회, 건강한 바디이미지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가?
우리는 아마도 다이어트를 권장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매일같이 보는 대중미디어에서는 늘 그렇듯, 늘씬하고, 가녀린 훈남훈녀들이 환하게 웃고있지 않나요? 이들보고 지나치게 획일적 몸매를 가졌고, 날씬한 이미지가 문제라고 누가 얘기나 하겠습니까. 그저 멋지고 예쁜 그들의 모습을 넋 놓고 부러워하는게 정답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특히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또는 다이어트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스트레스 받고 있는 사람들은, 이들의 모습을 보고 더욱 자극받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그들은 연예인이니까 특별 관리를 받고 있을 테니까, 뭐 이런저런 위로의 말로 그들과 다른 나의 이미지를 애써 외면해 보려고 하는데, 이제 연예인이나 아이돌 스타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버 유명 스타들도 선망의 대상이 되죠. 어찌보면 그들도 뭐 일반인은 아니니깐? 여기에 더해, 가끔 스포츠 스타들의 멋지고 날씬한 몸매가 이상형에 들어갈 수도 있기도 하고요. ‘그저 부럽다’라는 감정의 출처는 아마도 남과 비교하게 되는 우리 인간의 인지적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보다 더 나아보이는 그 누군가가 더 좋아 보이고, 좀 더 높은 어떤 기준에 나를 맞춰보는 것이 더 익숙해져있는지도 모르죠. 그러니 나의 부족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이미지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노출된 이미지를 당연한 ‘사회적 기준’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지속적으로 노출된 이미지에 체화되는 과정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을 설명한 것이 문화계발이론(Cultivation theory)입니다. 즉 대중 미디어에 노출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미디어 수용자들이 현실적으로 미디어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제화한다는 것이지요. 미디어 이미지가 수용되고 내재화 되는 과정을 농부들이 곡물을 경작하는 원리에 적용해 설명한 이론이에요. 만약에 대중 미디어에서 획일적으로 날씬한 바디이미지만을 지속적으로 노출한다면, 이러한 특정 바디이미지가 정상 범주로 간주되어 지겠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날씬한 바디이미지를 갖기를 기대되어 지고, 갖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져, 다이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린 사회 한 복판에 놓여져 있는 거죠.
그래서 미디어에서 여성의 획일적인 바디이미지와 몸매 관리에 대한 이슈들이 사회적 책임이라 말할 수 있어요. 미디어에서 재현된 바디이미지들의 부정적 영향들이 섭식장애의 신체 건강 문제, 신체 불만족, 자존감, 신체 자신감 결여 등의 정신 건강 및 심리적 문제를 끊임없이 야기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미디어에 재현된 몸에 대한 수 많은 이미지들은 우리들의 ‘바디이미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우리의 건강한 바디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 건강한 신체를 보여주는 미디어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이미지가 부정적인 바디이미지를 형성하는지 알아차리고, 내 몸에 좋지않은 미디어, 자극적인 요소가 가득한 미디어 이미지는 적극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미디어 비평 기술도 함께 익혀야 하고요.
2. 부정적 미디어를 거르는 비판적 기준 세우기
우리가 건강한 신체를 위해서는 긍정적 바디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무엇보다도 부정적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걸러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도 했지요.
과연, 어떤 요소들이 부정적 미디어의 기준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요?
부정적 기준의 미디어가 어떤 것인지, 그 영향이 무엇인지 설명해 보기 위해, 저의 한 연구의 일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과연 여성 운동선수들은 미디어가 재현한 여성 스포츠스타의 바디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궁극적으로 어떠한 바디이미지가 여성 스포츠와 여성 스포츠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봅니다. 본 연구에서는 포토인터뷰 기법을 사용하여, 특정 사진을 보여주고, 심층인터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미국 대학 운동선수들인 연구참여자들은 18세에서 22세이며, 축구, 트랙앤필드,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에 참여해 왔고, 자신들의 건강한 바디이미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습니다.
3. 미디어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가?
과연 운동선수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건강한 바디이미지 형성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미디어가 보여주고 있는 ‘가장 건강한 신체를 보여주는 스포츠스타들의 바디이미지에 대한 어떤 기대를 품고 있을지 저는 궁금했었습니다. 건강한 바디이미지 형성을 위해, 미디어가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습니다.
피트니스 잡지는 건강과 운동을 주제로, 운동선수와의 인터뷰, 운동 방법, 운동복, 식이방법 등의 피트니스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피트니스 관련 전문 잡지입니다. ‘피트니스(Fitness)’ 잡지와 남성이 주요 타켓인 라이프스타일 잡지 FHM(For Him Magazine)의 이미지를 갖고 인터뷰에 들어갔습니다. 피트니스 잡지의 모델은 미국 축구 국가대표인 '호프 솔로(Hope Solo)', FHM의 모델은 미국 국가대표 수영 선수인 '아만다 버드(Amanda Beard)'입니다. 이들 사진을 고른 이유는 모두 뛰어난 외모와 몸매로 다양한 미디어에서 대중적 관심을 받고있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여성 스포츠스타들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이들이 건강한 바디이미지의 가장 대표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대중적인 관심’을 받고있고, 이들의 몸매가 롤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의 바디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죠.
(* 참고로, 이들 잡지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대상화의 주제는 다른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주제 또한, 바디이미지 형성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 과연, 미디어 이미지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느끼는가?
Fitness (피트니스): “여기 섹시한 축구선수 좀 봐!”
여성 운동선수들인 연구참여자들은 건강한 바디이미지를 재현해야 할 ‘피트니스’잡지가가 여성의 몸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호프 솔로의 미디어 이미지는 여성의 바디이미지에 대한 비현실적으로 날씬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나치게 편집된 이미지로 보이고, 성 상품화된 여성의 몸에 포커스가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내 또래 친구들이나 더 어린 사람들이 ‘성공한 축구 선수라면 이렇게 비키니를 입고 사진을 찍어야 해’라는 생각을 할 거 같아요. 아마.. 이러한 이미지는 어린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난 비키니 아이디어를 정말 싫어해요. (제시카)
피트니스 잡지에서 그녀의 운동 유니폼이나, 축구공을 들고 있는 이미지나 운동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었다면, 그녀를 더욱 잘 인지시킬 수 있었을 거 같아요. 그러나, 그들은 정말 그렇게 하지 않았죠. 나는 그들이 그녀를 단지 성 상품화하고자 했다고 생각해요. ‘여기 섹시한 축구선수 좀 보세요!’를 외치고 있는 느낌이에요. (소피아)
반면에 어떤 이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했어요. 호프 솔로의 이미지에서 건강한 신체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으며, 단련된 근육과 핏한 바디이미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표현한 사람들도 있었죠. 그래서 이들은 호프 솔로의 바디이미지는 건강한 삶을 위해 이상적인 롤 모델이 되었으며,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한 신체이미지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For Him Magazine (FHM): 정말 최악의 이미지에요, 이런걸 왜 찍었는지 목적을 모르겠네요!
그녀의 이미지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그런 다음, 어떤 감정이 생겨났죠? 매우 불편한 감정이 생겨났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가 비판적 관점에서 미디에 비친 그녀의 이미지를 평가해 볼 때, 뭔가 이 불편한 감정의 원인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감정이 즉 나의 바디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마도 즉각적으로 아만다 버드의 이미지가 성적 대상으로만 표현되었다고 여겨지지 않나요? 그래서 모든 연구참여자들은 이 이미지가 절대적으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을 ‘성 상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죠. 그들은 이러한 이미지가 결코 다음 세대들에게 건강한 바디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어요. 또한 그들은 여성 스포츠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여성 스포츠인들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고, 외모나 몸매를 평가하는 대상으로 여기게 만들어, 여성 스포츠 자체에 대한 평가를 절하시킨다고도 생각했죠.
저런! 도대체 왜? 나는 절대 그녀가 운동선수라는 것을 추측할 수 없어요. 이런 이미지는 너무 비현실적이잖아요. 도대체 왜 이렇게 머리는 젖어있는 거지요? 나는..이러한 이미지는 그녀가 그동안 쌓아올린 업적들에 대한 존경을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단지 성적 대상에 불과해 보이잖아요. 이건 진짜 사람처럼 안보여요. (타일러)
이건 완전 쓰레기네요. 이건 분명 쓰레기에 불과해요. 그녀는 멋진 신체를 갖고 있는데도, 이러한 이미지는 너무 실망스러워요. 운동선수라면, 좋은 의도로 신체이미지를 표현해야 하는데.. 저는 오직 그 생각 밖에는 안나요. 왜 그랬는지 정말 이해가 안가요. (제니퍼)
5. 긍정적 바디이미지의 핵심 개념인 ‘부정적 미디어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은 왜 필요할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디어에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스포츠스타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연구참여자들은 모든 미디어 브랜드에서 건강한 바디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했어요. 적절하지 않는 이미지는 결국 여성 스포츠와 여성 운동선수의 운동 실력 자체, 즉 신체적 기능에 대한 평가 절하는 물론이고, 스포츠미디어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비록 피트니스 잡지가 건강한 바디이미지 형성을 위한 신체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옷을 입는 방식이나, 옷의 종류도 적절하지 않았고, 축구 선수로서의 정체성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적 요소가 됩니다. 단지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늘씬한 여성의 모습만을 보여주려 노력한 미디어 편집자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죠. 스포츠스타의 건강하게 단련된 몸과 운동을 통해 느껴질 수 있는 강인한 정신은 온전히 담겨있지 않고, 날씬하고 미적인 신체상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 이미지라고 해석해 볼 수 있죠.
이렇게 본 연구에서는 구체적인 평가 요소들은 무엇이었는지,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 미디어 수용자들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비판적 견해를 얻어 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미디어 브랜드들이 운동선수로서의 정체성, 미디어 브랜드의 정체성, 긍정적 방향의 신체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해 무엇을 수정보완 해야하는지 시사하고 있죠.
6. 다이어트 말고, 바디포지티브하는 방법: 비판적으로 미디어 수용하기
그래서, 우리는 ‘비판적으로 미디어를 수용해야 하며, 건강한 몸에 대한 기준을 가져야 합니다.
요즘 때마침 ‘베이지동계올림픽’이 한참이죠. 건강하게 단련된 우리 선수들의 결의에 찬 모습을 보면서, 응원도 하고, ‘긍정적 바디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자극 한 번 더 확실하게 받아보면 어떨까요? 스포츠하는 모습, 건강한 신체의 기능에 대한 초점이 있는 미디어 보도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바로 건강한 신체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오늘도 다이어트 말고, 바디포지티브 한발 더 나아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