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포즈에 대한 생각
요즘 바디프로필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바디프로필은 운동 선수나 헬스트레이너, 전문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는 나도 한번 멋지게 가꿔진 몸매를 남기고 싶은 요즘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몇 개월짜리 프로그램이 헬스장에서 아주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만약 바디프로필을 여러분이 찍는다면, 어떤 포즈로 나의 이미지를 남기고 싶을까요? 물론 멋지고 늘씬한 연예인들의 포즈를 따라 하고 싶기도 하고, 나만의 포즈를 발견해 내고 싶기도 하겠네요. 저는 늘 섹시한 눈빛과 뭔가 유혹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들이 떠오릅니다. 왜 그럴까요?
바디프로필 전성시대에서, 당신도 섹시한 바디를 갖고 싶나요? 섹시 바디에 대한 열망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여기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많이 봐왔던 몸에 대한 미디어 이미지들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몸들이 건강하고 멋진 이상형으로 미디어에 표현되었는지 비판적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수많은 영화, 드라마 각종 미디어에서는 섹시한 여성과 남성이 늘 등장합니다. 섹스 어필(sex appeal)은 수 없이 많은 상품들의 광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의류, 향수, 식품, 자동차, 심지어 스포츠 용품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어왔음을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상대방에게 관심을 유도하고, 일깨워 주고, 기억할 만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Baker(1961)는 광고에서 성적 매력 어필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치의 중요성을 주장했는데, 섹스 어필이 광고와 일반 광고를 비교했을 때 훨씬 오랜 시간 섹스 어필의 광고 제품 및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성적 어필은 다른 생각들과 감정들과 연결됨에 따라, 광고한 상품의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선호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섹스는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어필되고 감정적 욕구를 자극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충족되는데 크게 효과적이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섹스 어필이 있는 광고들은 섹스 어필이 없는 광고들보다 좀 더 설득적이고, 구매 욕구를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1960년대 이래로 광고에서의 섹스 어필 사용은 대중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으며, 매출에 긍정적인 광고 효과를 주어왔습니다. 이처럼 20세기는 상업화와 섹스 어필의 미디어화를 이끌어 냈고, 성적인 매력을 바탕으로 한 몸 이미지도 성 상품화 되어가기 시작했죠.
어찌 보면 성 상품화의 시대적 트렌드에서 ‘바디프로필’도 예외는 아닐 거에요. 운동선수의 몸은 이미 성 상품화의 대상이며, 미디어에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운동하는 사람의 몸은 섹시함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이러한 프레임은 성적 매력을 갖은 몸이 건강한 몸이라는 인식마저 들게 하죠. 여성의 몸도 마찬가지에요. 남성 스포츠팬을 타겟으로 한 여성 운동 선수의 성 상품화와 상업화된 여성 스포츠에 대해서도 많은 사례들이 존재하죠. 이처럼 운동하는 사람들의 몸을 섹시한 이미지 프레임으로 만들어가는 성 상품화 마케팅 전략은 대단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성적 권한, 거짓된 권한에 속지 말자
특히 성 상품화의 일환으로, 언론에서 섹시한 이미지로 묘사된 여성 스포츠인은 대중 미디어에서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미디어의 관심은 매력적인 여성의 외모와 바디이미지이며, 이를 반영하고 표현하는 것이 현 사회적 요구임을 읽어볼 수 있게 하는 현상입니다. 최근 여성학 및 심리학 연구에서는 성적인 매력을 긍정적인 여성의 새로운 권력으로 묘사하는 성적 권한(sexual empowerment)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바디프로필을 찍을 때, 성적 행위를 떠올릴 수 있는 포즈를 취한다거나,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폴 댄스를 추는 모습은 어찌보면 사회적인 각인에 의한 강요된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이미지라 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몸의 이미지는 몸 자체가 가진 기능적인 측면, 즉 강인한 모습, 건강함을 느낄 수 있는 몸을 표현해 주는 이미지들이 될 것입니다. 열심히 운동장을 띄고 있는 모습에서 성적 어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미지를 연상할 수는 없듯이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성적 권력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권력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다룬 수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남성의 시각에서 미디어가 표현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이 부분을 피력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Gill, 2009; Gill, 2012).
우리는 늘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특정한 바디이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가고 있습니다. 왜곡된 바디 이상형을 갖게 되면서, 우리의 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끊임없이 갖게 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몸의 미적 가치, 생김새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다양한 몸들의 이미지들을 보고, 신체의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건강함을 표현해 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해야 합니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우리가 조금은 더 건강한 바디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비판적 미디어 수용하기’를 통해, 나의 바디 이상형을 다시 한번 세워봅시다.
만약 내가 바디프로필을 찍게 된다면,
어떤 포즈로, 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가요?
오늘도 다이어트 말고, 바디 포지티브 한 걸음 나아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