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니까 더운 건 당연하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날씨였고, 에어컨을 틀지 않은 우리 집 거실의 실내온도는 32도를 육박했다.
집인지 밖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더위에 마침 가지고 있던 전시회 티켓을 소진하고 더위도 피할 겸 미술관으로 향했다.
휴가를 다녀오기 전, 오리온에서 진행했던 괴짜전 전시회 티켓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는데 전시가 10월 8일까지 이기에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다녀올 요량이었는데 주말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아이와 함께 시원한 미술관으로 향했다.
어차피 표는 2장만 가지고 있었는데 토요일 오전에 남편은 스크린 골프 약속이 있어서 일찌감치 외출을 했고, 우리 둘만 집에 덩그러니 남아있어서 더위를 피해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번 전시는 회화, 일러스트, 설치, 그래피티 등자신만의 '괴짜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국내 작가 80여 명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품의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작품들도 다수 있었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몇몇 작품은 이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에 압도될 정도로 멋졌다.
전시회장은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놓아서 더위를 전혀 못 느낄 정도였고, 오히려 30분 정도 지나니 조금 썰렁했다. 이래서 여름에는 다들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향하나 보다.
전시장에는 미니백 이외에는 반입이 안된다고 해서 내가 들고 간 에코백도 꽤 작은 사이즈였음에도 불구하고 반입허가가 되지 않았다. 결국 입구에 있는 유료락커에 가방을 보관하고 핸드폰만 들고 다니면서 홀가분하게 다니기는 했다.
대부분의 가방이 반입이 안되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락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락커사용료 수입이 무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혼자 해봤다.
전시회를 갈 때마다 항상 느끼지만 미술 작품은 작가의 의도와 별개로 각자 개인차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감상을 한 후 서로 어떤 작품이 더 관심이 가고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면 같은 그림을 봐도 감상평이 다른데 이래서 많이 다니고 자주 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아이의 관점과 내가 보는 관점이 달라 선호하는 작품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아들은 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한 작품을 좋아했고, 나는 파스텔컬러의 일상생활을 담아낸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평소 알던 유명인들의 작품도 있었고, 괴짜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젊고 개성 있는 밀레니얼 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확실히 통통 튀는 작가들의 개성이 작품에도 그대로 묻어있어 어떤 작가일지 상상하면서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아들이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이송준 작가의 무한
2층과 3층 각각 두 개 층에 구역별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가 되어있고, '괴짜'는 전에는 획일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면 최근에는 시대가 바뀌면서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와 열정을 지닌 사람으로 여겨진다.
남들과 다른 차별성이 오히려 특별함으로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러고 보면 작품도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닌 것도 같다.
작가: 김청기
어릴 때 만화로 봤던 태권 V가 조선시대로 타임슬립을 한 작품들. 아들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V를 봤던 세대들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떠올릴만한 작품이었다.
한창 더운 시간에 시원하게 미술관에서 왔다 갔다 했더니 집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더 괴롭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루 중 제일 더운 시간을 미술관에서 잘 넘겼다.
앞으로 남은 더위가 두렵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예술의 전당 티켓이 남아있으므로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