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사라지는 목소리들'이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전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현장에 일제 강점기시절 착출되어 강제노동을 하고 온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전시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 기획전시실 옆에 위치한 강의실에서 심용환 선생님의 역사 강의가 있어서 아이와 함께 참석을 했다.
2시에 시작해서 4시에 끝나는 일정이었는데 1부는 이번 기획전시를 직접 담당하신 큐레이터님과 함께 전시실을 돌아보며 전시를 설명해 주셨다.
피해자 분들의 증언이 담긴 영상자료와 함께 야하타제철소, 미이케탄광, 나가사키조선소, 하시마탄광에 끌려간 사람들이 어떤 경유로 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당시 일제가 조선인들을 어떻게 회유해서 데리고 갔는지 각종 문서자료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 탄광이나 제철소에는 조선인들 뿐만 아니라 중국인과 연합군 포로들도 있었고, 우리가 TV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시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급여도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지급되었고, 열악한 환경에서 극한의 노동에 시달려 사망자도 속출하는 악조건이었다.
누군가는 시장에 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 납치를 당해, 누군가는 지독하게 가난한 깡촌에서 나 하나 희생해서 나머지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또 누군가는 가지 않으면 나머지 식구들의 식량 배급을 끊어서 다 굶겨 죽이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그렇게 일본으로 끌려갔다.
일본에서도 피해자들을 위한 위령비를 세운다거나 피해자들의 자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단체도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를 정부차원에서 쉬쉬하며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보니 많이들 모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의 협조를 받아 진행되는 전시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현장들에서 후대의 우리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며 잊히지 않도록 주변에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전시가 진행되는 거라고 하셨다.
2부에서는 심용환 선생님의 역사 강의가 진행되었고, 이번 강의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어른이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온 집은 우리 집이 유일했다) 강의도 평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주제 보다 난이도가 약간 높은 편이었으나, 세계사 공부를 하고 있던 아이에게는 그리 어렵지도 않은 내용이기는 했다.
세계적으로도 식민지배를 받았던 나라들 중에 한국처럼 성장해서 배상을 요구하는 나라가 없고, 이게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신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같이 목소리를 내줘야 할 텐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지나가는 말로 잠깐 언급하셨는데 실제로 우리 아이들도 역사 재미없다, 하기 싫다는 말을 많이 한다.
같은 문제로 독일도 고민이 많다고 하시는 걸 보면 이게 전 세계 트렌드인가 보다.
'사라지는 목소리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만큼 부디 이번 전시에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여 그들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