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혼자만 훨훨 날고 있는 남의 편

부러우면 지는 건데 솔직히 부럽다

by 케이트쌤

곧 다가오는 구정 명절이 올해는 나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학원 사정이 그동안은 이전만큼 회복이 되지는 않았어도 그냥저냥 버틸 만했는데 올해는 불경기로 인한 2 연타를 맞고 정말 걱정이 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명절마다 챙겨주셨던 선물이 끊긴 지 벌써 몇 년째 된다. 솔직히 코로나 이후로 명절 선물은 기대 안 하긴 했다. 코로나 터진 후 학원의 대대적인 인원 감축에 내가 끼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 키우면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직장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래도 원장님께서 명절이나 크리스마스마다 잊지 않고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주셔서 치킨 좋아하는 남편이 명절 선물 중 최고라고 좋아해 준다.


사실 내가 지금까지 힘들지 않게 일하면서 버틸 수 있는 건 우리 집에 같이 살고 있는 남의 편인 남자 덕분이긴 하다.

다행스럽게 남편의 회사는 코로나 타격을 전혀 받지 않았고, 남편은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정부의 강요로 학원도 대면 수업을 못하게 되어서 문을 닫았을 때도 내가 벌어오는데 뭔 걱정이냐며 이참에 애랑 푹 쉬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던 것도 남편이었다. 학원만 문을 닫은 게 아니라 마찬가지로 학교도 등교를 안 했기에 애랑 집에서 하루종일 붙어서 이건 쉬는 거라고 할 수도 없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래도 가장이 든든하게 버텨줘서 내가 지금도 편하게 돈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명절 때마다 남편 앞으로 들어오는 각종 선물세트가 일하는 워킹맘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나만 부러웠던 게 아닌 모양인지 아들도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왜 아빠만 선물이 계속 와? 나도 아빠처럼 선물 받고 싶다."

자기 먹을걸 발견하고는 신나서 이것저것 풀어보는 중인 아들

백화점에서 직접 배달 오는 각종 과일과 전복 그 밖에 다른 선물세트와 상품권 등등 하루가 멀다 하고 집으로 택배가 계속 오는데 나는 몇 년 동안 명절에 매번 빈손으로 퇴근하니까 이제는 약이 오른다.


"신랑이 돈 벌어서 고기랑 전복도 먹고 과일은 한 달도 더 먹겠다. 이런 남편이 어딨냐?"

내 속도 모르고 명절 때마다 옆에서 자랑질(?)을 하는데 얄밉기도 하지만 고맙게도 매번 명절에 처갓집도 잊지 않고 보내주고, 어차피 남편이 가져오는 것들 모두 우리 식구들 먹을 거니까 또 틀린 말은 아니기에 나도 장단 맞춰서 잘했다고 해주기는 한다.


나는 언제 일터가 없어질지 모르는 불안 불안한 상황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옆에서 자기만족에 취해있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좀 짜증은 나지만 나 또한 속세에 찌든 미천한 중생 중 한 명인지라 역시 선물 앞에서는 작아지는 내 모습에 더욱 씁쓸해지는 명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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