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무침을 남편이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 콩나물 소비량이 약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두배로 늘었다.
여느 집과 다름없이 콩나물 무침은 우리 집에서도 항상 기본 반찬으로 해 먹는 반찬이다. 채소를 골고루 먹지 않는 아들이 좋아하는 몇 가지 안 되는 채소 반찬 중 하나여서 성장기 아이에게 먹일 요량으로 콩나물 무침과 다른 채소 반찬을 번갈아 가면서 먹이기 때문에 자주 냉장고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반찬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집에 콩나물 무침이 있어도 남편은 요즘처럼 적극적으로 먹지는 않았다. 마트에 장 보러 가서 360g짜리 콩나물 한 봉지를 사서 무쳐놓으면 기본 2-3일은 먹었던 반찬이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 저녁상에 평소와 다름없이 아들에게 먹일 채소 반찬으로 콩나물 무침을 해 놓은 날이었다.
"오늘은 콩나물 무침이 잘됐다. 맛있는데?"
콩나물 무침은 뭔가 특별한 비법이 필요한 반찬도 아니고 평소와 다름없이 무쳐서 저녁상을 차려 놓았는데 오늘따라 맛있다면서 360g의 콩나물 한 봉지 중 거의 300g을 저녁 한 끼에 남편 혼자서 다 먹었다.
그날은 그냥 '오늘 유난히 콩나물이 입에 당겼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남편은 매일 콩나물 무침을 기본반찬으로 먹고 있는 중이다.
남편의 기본 반찬에서 김치가 빠지고 김치 대신 콩나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원래 남편은 항상 기본반찬에 김치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우리 집에서 김치를 밥반찬으로 먹는 사람은 남편뿐이어서 매년 친정의 김장도 남편 때문에 하러 간다. 그런데 작년 김장 때 준비된 고춧가루가 좀 매운 편이라서 이번 김장 김치가 좀 맵게 되었다. 김장 후 집에 와서 매운 김치를 먹은 후 남편이 탈이 나서 주말 내내 고생한 적이 있다. 내 추측으로는 김치 때문이 맞는 것 같은데 본인은 그날 마신 우유 때문이라고 하니 무엇을 먹고 탈이 낫던 건지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힘들었다.어쩌면 원인이 둘 다 일수도 있을 테고...
어쨌거나 탈이 나서 주말 내내 고생했던 이후로 남편의 김치 먹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 밥상에 올라왔던 반찬 중에서 김치 대신 적당히 매콤하고 속에 부담되지 않는 반찬으로 콩나물 무침을 선택한 것 같다.그런데 콩나물을 김치같이 먹다 보니 콩나물 360g 한 봉지를 사서 무쳐놓으면 혼자서 다 먹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콩나물도 많이 사고 그만큼 많이 먹는다. 그나마 선택한 차선책이 콩나물이기에 망정이지 고기를 그렇게 먹었으면 식비가 감당이 안 됐을 것이다.
오늘 저녁에도 역시 콩나물 무침은 빠지지 않았다
식구들의 건강을 위해서 전체적으로 식단을 채식위주로 바꾼 지 7개월 정도 되었다. 고기를 먹는 횟수도 기존의 1/3로 확 줄였고, 원래 샐러드에 관심 없던 남편도 건강을 생각해 지금은 나보다 샐러드를 더 많이 챙겨 먹고 있다. 평소에도 남편 혈압이 약간 높은 편이라서 솔직히 매 끼니마다 맵고 짠 김치를 너무 많이 먹는 게 굉장히 신경 쓰였었다. 먹는 걸로 잔소리를 할 수도 없기에 반찬을 주면서도 나만 혼자 전전긍긍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싸우지 않고스스로 바꿔서 먹으니 요즘에는 식단 때문에 잔소리할 필요가 없어져서 나도 한결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