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트쌤 May 03. 2023

근로자의 날인데 왜 네가 쉬니?

근로자인 선생님은 근무하는데 학생이 쉰 근로자의 날

이번 주 월요일인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었지만 우리 학원은 정상근무였다. 아들의 수학 학원 역시 정상 수업인 날이었고 우리 동네는 대부분의 학원이 근로자의 날에  쉬지 않고 수업이 진행되었다.


우리 학원은 여름에 학원 방학을 따로 하고 이 여름휴가를 제외한 선생님들의 개인 휴가가 3일 보장이 되기에 근로자의 날에는 쉬지 않고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선생님들의 개인 휴가와 학원 방학을 제외하고 달력의 빨간 날, 즉 공휴일이 아닌 날에는 학원은 쉼 없이 정상수업을 진행한다.

근로자의 날에는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쉬니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4월의 마지막 금요일에는 월일에 정상수업 하니까 학원 보내달라고 공지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다른 반은 결석생 없이 평소처럼 수업을 진행했는데 4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한 반에서 결석생이 발생했다.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아이가 학원에 도착을 하지 않아서 어머님께 학원 도착 안 했다는 문자를 보낸 후 수업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 00이 오늘 안 와요?"

"어머님께서 결석이라는 연락을 안 하셨는데 근로자의 날이라 식구들하고 어디 놀러 갔나?"

결석을 한 사유가 있으려니 생각하고 우리끼리 수업을 마친 후 1교시를 끝냈다.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결석 한 학생에게 전화를 해서 너 왜 학원 안 왔냐고 물었는데 그 대답이 기가 찼다.

"근로자의 날 이잖아"

통화 내용을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황당해서 한마디 했다.

"너네 학교 애들 학교 끝나고 다 학원에 왔는데 왜 너만 네 맘대로 안 왔니? 근로자의 날에 근로자인 선생님도 출근해서 수업을 했는데 왜 학생인 네가 니 맘대로 쉬는 거야?"

"근로자의 날이라 쉬는 줄 알았죠."

"엄마 학원 안 쉬는 거 알고 계시는데. 선생님이 너 오늘 결석했다고 엄마한테 문자 보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너 오늘 무단 결석한 거 엄마는 이미 알고 계셔"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던 이유는 이 친구가 우리 학원에 7살 때부터 와서 5학년인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학생이고 우리 학원은 공휴일 아니면 쉬는 날이 없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아~~ 주 잘 알고 있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내가 올해로 7년째 근무 중인데 우리 학원은 그동안 근로자의 날에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각 반을 통틀어 근로자의 날에 결석한 학생은 이 친구 한 명뿐이었다.

학원 수업 빼먹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쉬는 날도 아닌데 혼자만 무단으로 수업을 빼먹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으니 학원에서 결석했다는 문자를 받은 어머님은 얼마나 황당하셨을지...

통화를 끊고 나니 같은 반 학생들이 일제히 수군거리면서 아이들이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

"어이구. 집에 가면 엄마한테 혼나게 생겼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