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출판사로부터 티켓을 받았는데 여러 일정상 토요일 오전에 다녀오기로 아이와 약속을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비가 많이 와서 아침부터 고민이 되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그냥 다녀오기로 결정하고준비해서 서둘러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비가 오기는 했지만 차는 일부러 가져가지 않았던 게, 결혼 전 그 동네에 살아봐서 아는데 예술의 전당 앞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다.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만큼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줄은 끊임없고, 예술의 전당 앞 삼거리는 통행량이 많아서 항상 복잡하기에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림책의 일러스트 전시회인 만큼 확실히 어린이 손님과 함께 동반한 가족들이 제일 많았고, 그림책 작가님들도 많이 방문을 하셨다. 우리와 동선이 겹치던 분들도 일러스트 작가님이었다.
AI로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왔다고 하더라도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직접 그리는 투박하고 스타일리시한 일러스트가 눈의 피로도로 훨씬 덜 하고 감성적이기도 하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사람의 수작업과 컴퓨터 그래픽을 적절히 섞어서 작업한 일러스트도 눈에 띄기는 했다.
원화가 전시된 액자 옆에는 간단하게 작가와 어떤 책인지에 대한 설명이 붙어있었고 그림책의 대략적인 내용이 언급된 설명도 있었는데 원화의 제목만 나와있는 것도 있었다. 그림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림만 봐도 대략의 줄거리 유추가 가능하기에 많은 설명이 있지 않아도 원화를 보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일지 짐작이 갔다.
게다가 몇몇 원화는 직접 읽어볼 수 있는 책이 같이 놓여있는 경우도 있어서 외국어라도 해당 책의 일러스트를 좀 더 풍부하게 즐기는 것이 가능했다.
우리집에도 있는 개와 함께 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는데 아랍계 작가의 동화책으로 소재가 독특했고 캔버스천에 자수를 놓아 일러스트를 표현해서 내가 보기에는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작품이었다.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닌지 아들 역시 곁에서 보더니 너무 멋지다며 감탄사를 터트린다.
전시회 한편에는 해당 일러스트의 동화책을 읽어볼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는 공간도 전시회 초입과 끝나기 전 이렇게 두 군데에 배치되어 있었고, 우리는 각자 관심 있는 일러스트의 책을 구경했다.
아들은 6학년이다 보니 그림책을 졸업한 지 오래되었는데 모처럼 일러스트 원화들을 감상하면서 오래간만에 화려한 그림책들을 감상했고, 나 또한 원화를 즐기면서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부담 없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