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꾸준히 읽었는데 왜 이리도 기회가 닿지 않았는지 매년 국제도서전 개최 시기마다 티켓은 무료로 받았으나 꼭 같은 날에 친정 식구들과 약속이 잡히거나 다른 중요한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그동안 단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다른 약속은 일절 만들지 않고 꼭 가리라고 아들과 계획을 세웠다.
도서전 첫날인 수요일 아침부터 인스타 알림에 정신없이 도서전 소식이 올라오고 있었다. 인스타에서 내가 팔로우 중인 대부분의 계정은 다 출판사이기에 도서전에 참여 한 출판사에서 각자 부스 홍보 피드를 올리고 있어서 수요일 아침부터 어마어마한 피드 알림이 계속 뜨고 있었고, 아마도 마지막 날인 일요일까지는 인스타 알림이 계속 뜰 것 같다.
평일에 여유롭게 다녀왔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나도 아이도 평일에 각자 할 일이 있는데 코엑스가서 한가롭게 놀고 있을 수 없기에 토요일 오전에 둘이 함께 브런치를 먹고 서둘러 코엑스로 향했다. 남편도 같이 갈 예정이었으나 토요일에 갑자기 골프약속이 생기는 바람에 아들과 둘만 방문했다.
코엑스에 도착 후 입장 팔찌를 받으러 A홀 입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앞에 줄이 너무 길어서 순간 깜짝 놀랐다. 줄 서서 들어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네이버에서 사전예약 한 사람들 줄이었다.
얼마 전 서포터즈 활동 중인 출판사의 주관으로 작가님과의 온라인 북토크 시간에 담당 편집자님께서 대한민국 성인 월평균 독서량이 0.85권이라고 하셔서 새삼 놀랐는데, 그 이유는 교보문고만 가봐도 통로에 앉아서 책 읽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기에 그렇게 적게 읽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월평균 0.85인 독서량 치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도서전에 들어가려 줄을 섰기에 그 평균 수치가 제대로 계산된 게 맞나 싶었다. 토요일 오전인 만큼 우리 집처럼 가족단위 방문객도 굉장히 많았다.
다행히 우리는 미리 티켓을 받아서 사전 등록을 해 놓은 상태였기에 입구에서 바코드만 스캔하고 팔찌를 받아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했다.
과연 국제도서전은 책 읽는 사람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평소에 팔로우하고 있는 출판사 부스가 역시 더욱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출판사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민국에 읽는 사람보다 글 쓰는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을 오늘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각종 이벤트에 참여도 해보고 관심 있는 출판사 부스에서 책도 살펴보다가 도서전 티켓을 보내주신 출판사의 부스에서 감사인사를 전하고 명화 엽서 모음도 받아왔다.
아들은 청소년 소설 중에서 특히 문경민 작가님과 이꽃님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는데 두 작가님의 아직 안 읽어 본 책을 보고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을지 자기만의 리스트에 책을 채워 넣었다.
아들이 지난 6월 7일에 문경민 작가님과 줌으로 북토크를 했는데 작가님 책 중에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며 알려주기에 나도 관심 있게 책을 살펴보고 왔다.
출판사들의 축제라고도 할 수 있는 국제도서전에는 책과 관련된 각종 소품을 살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고 다양한 분야의 책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어느 부스를 가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예쁘고 화려한 부스들은 사진으로도 남겨놓고 싶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사진에 같이 나와버려서 부스만 단독으로 찍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작가님 사인회부터 시작해서 현장에서의 북토크도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난 이미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북을 가지고 있어서 그 복잡한 현장에서 줄 서서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국제도서전인 만큼 해외 출판사도 각자 자국의 언어로 책을 홍보하기 위해 참여를 했고, 영어와 중국어는 읽을 수 있어도 프랑스어와 아랍어는 당최 읽을 수가 없는 책이어서 그림만 보고 나왔지만 해외서적들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책들은 번역본이 출간되니까 어떤 책이 있는지 구경만 하고 나왔다.
"엄마 이 책도 우리 집에 있는 책 아니야?"
아들은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부스마다 돌아다니면서 집에 있는 책 찾기에 재미나는 모양이다.
많은 출판사가 참여했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아는 출판사 중에 국제도서전에 나오지 않은 출판사도 꽤 있으니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출판사가 책을 발간하고 있다. 그 많은 책들 중에 흔히 말하는 '대박'치는 책을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도서전을 가보니 OTT와 전자책의 홍수 속에서 그래도 아직은 아날로그 감성의 종이책을 선호하는 20대 젊은 사람들이 많기에 '출판계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반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전자책 이용권을 3개월 사용해 봤지만 책은 뭐니 뭐니 해도 종이책을 직접 손에 쥐고 읽는 것이 가독성면에서는 전자책이 종이책을 이길 수 없다고 느꼈기에 그 종이책 감성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책을 꾸준히 찾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