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내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 – 가방 두 개, 9년

3장 미국의 첫 직장

by hellomonkeystar

인생은 결국 타이밍이 아닐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어느 날 갑자기 툭— 하고 떨어지는 타이밍에 그저 내가 거기에 있었던 것뿐이었다.

내 첫 직장도 그런 타이밍이었다. 내가 원했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 짧은 1년 안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 회사에서 나는, 사람들 앞에서 ‘쥐새끼’라고 불렸다. 정확히 말하면, 내 상사가 옆에 디자이너 언니가 아몬드를 먹는 나를 보며 다람쥐 같다고 귀엽다고 하자 자리에서 내게 그렇게 말했다. “언니 얘는 쥐새끼야” 그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회사에서는 언제 잘릴지 몰라 늘 불안했고, 비자 문제 때문에 한번 잘리면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정말 울고불고 매달리기도 했다. 사무실 안에서 조용히 엉엉 울던 날, 정말 많이 원망스러웠다. 내 자신도, 그 상황도, 미국이라는 나라조차도.

그러던 와중에 남자 문제도 터졌다. 만나던 남자에게 차를 샀다. 그는 내게 “이 차는 무사고야. 완벽해.” 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을 믿고 전 재산을 털어 중고차를 샀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그 차는 사고 차량이었고, 그 남자는 우겼다 아니라고 나를 영어도 못하니 바보로 알고 우기자 소송한다고 협박하자 사라졌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니까 그 차를 끌고 회사를 다녔다. 어느 날은 클럽에 갔다가 계단에서 굴러 인대가 부러졌고 깁스를 한 채로도 회사에 나갔다. 계단도 못 오르면서, “괜찮아요, 저 할 수 있어요.” 라며 웃었다.

그땐 포에버21이라는 브랜드가 한창 클라이언트들과 미팅을 하던 시절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 일하면서 디자이너 언니들이 하나같이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걸 봤다. 벤츠, BMW, 아우디… 하지만 그 언니들은 늘 말했다. “돈? 없어. 카드값 갚느라 죽겠어.”

회사 근처에는 한국의 동대문 시장처럼 패션 도매상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 있었고 거기에는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 사무실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자바’라고 불렀다.

자바 사람들은 돈이 많았다. 실제로 건물주도 많고, 현금으로 트럭을 사고, 샘플을 쓸어가는 모습도 봤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낮춰 말했다. “거기 사람들, 험해.” “돈은 많은데, 싸가지가 없어.” 그 말 속엔, 어쩌면 질투와 무시가 섞여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1년은 길지도 않았고, 내가 무엇을 이뤄낸 시간도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이야기들이 몰려왔던 시기였다. 웃기고, 화나고, 부끄럽고, 아프고,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게 결국 나를 만든 재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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