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monkeystar Dec 29. 2021

앱의 이름, "목소리" 왜 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도 몰랐다. 유학시절 엄마의 목소리가 그렇게 그리웠었는지.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코스를 등록하고, 첫 받은 질문은 내가 어떤 앱을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부터 생각하지 말고, 사람들을 설문하고 그들의 Pain Point(불편한점)을 발견해내 그것을 돕는 앱을 만들으라는 지령이 내려왔다. 


내 주위엔 온통 유학생 아니면 한국에서 와서 직장을 다니는 이민 1세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모두다 태평양 건너 타향살이가 대부분이었고, 


사실 나의 관심사에 촛점을 맞추기 마련이다. 나의 MBTI 타입은 ENTJ이다. 장기간의 계획을 세워서 진행해가는걸 좋아한단다. 컬러별로 형광펜으로 칠해가며 커다란 월별 플래너에서 쪼개 주별 플래너에 적고 데일리 플래너를 채우면서 각 항목마다 우선 순위로 컬러별로 칠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나의 불안함이 가라 앉고, 잠을 잘자곤 한다.



그렇기에 그 많은 스케쥴러 앱과 TO-DO 리스트는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걸 개발하고 싶었다. 케이틀린이라는 페르소나를 세우고, 타향에서 일을 하지만 가족들과의 중요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젊은 요피족(대도시에서 사는 영프로페셔날) 을 내세웠다. 


내 앱의 차별점이라는건 모든 스케쥴이나 알림에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나의 VOICE 로 기계음으로 잔소리 하며 나에게 해야할일들을 미리 알려주는것이었다. 또는 아침마다 들리는 케이트! 너는 잘해내고 있어, 자랑스러워 이런 자기를 다독이는 말정도랄까, 


한국에 온지 벌써 6개월째이다. 


거의 반절은 누운채로(디스크가 터진 이후로 앉는 자세를 오래 할 수가 없다.) 맥북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이 자세는 나를 많이 게으르게 한다. 영어를 잊어 버리지 않으려고 옆에는 핸드폰 거치대로 침대에 세워놓은 아이패드로 하루종일 미드또는 Lizzo의 음악을 틀어 놓고, (이번 브런치 블로그는 많이 개인적인 이야기 같다) 


정말 욕심나는 자리에 조건 사항이 나와 너무 잘맞는 오프닝이 나왔다고. 연락이왔다.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아 어느 회사에 들어가는건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놓치기엔 인생의 기회를 놓치는거 같았다. 





경력직 지원을 위해서는 아래 리스트들이 필요했다.  

PDF로된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

입사동기와 입사 후 하고 싶은일들

경력기술서

기타사항




OMG 미국에서 쓰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있었지만 한국형의 모습과는 차원이 달랐고, 나는 신입사원 공채가 아닌 그 경력 채용공고에 맞게 작성을 해야했다. 


가장 큰 산은 한국식을 PDF로 포트폴리오를 리포멧을 해야한다고 들었다. 경력 기술서는 다니던 회사마다 내가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결과물을 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는 것이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쭉 써내려간 자기소개서가 5,000자 하지만 1,000자 정도로 줄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총 3학목 각각 정해진 글의 양이 있었고, 나는 난해해졌다 뭘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사실 카오스 상태였다. 6개월동안 누워서 정말 심플한 프리랜스일만 하고 있다가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 지원해야 "타이틀"이 생긴다니 한국에서는 니가 뭘하는 사람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회사에 "소속"이 되었느냐 또는 되었었냐가 굉장히 중요한것이라고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분을 찾았고, 내 포트폴리오를 보여 드렸다. 한 프로젝트에 대해 전과정을 UX 디자인 형태로 만들어 놓은 40개 정도나 되는 슬라이드를 놓고 그 분운 감사하게도 리서치를 많이 해주셨는지 본인이 보시던 포트폴리오 형태와 너무 달라 내가 갖고 있는 이 포트폴리오가 미국식이기 때문에 다시 리포멧을 하는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주셨다. 


하, OK, 기술을 해야 하는 이런 텍스트형식으 문서들은 사실 짧은 시간이면 할 수 있을거 같은데 와이어프레임과 UI디자인등 몇 페이지만 해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거 같았고, 몇일 안남은 올해 안에 지원 할 수 있을거라는 예상 밖으로 한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만큼 재 작업에 열을 올려야 한다는 말씀이시겠지, 


이 포지션이 내가 경험한것들과 많이 맞아 떨어지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도 긍정적인 피드백도 듣게되었다. (정말 일지 모르지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내 앱을 기획한 기획서를 보시더니 질문을 하셨다.


왜 앱 이름을 목소리"MOKSORI"라고 지으셨죠? 스케쥴링 앱은 정말 많아요. 우리에겐 구글칼렌더라는 앱도 있죠, 그리고 저라면 제 목소리가 알림을 주는 앱은 사용하고 싶지 않을거 같아요 왜, 이런 아이디어를 구상했죠?


선생님 : "페르소나의 스토리를 봐도 이런 앱을 기획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나: "...울컥"


선생님: "지금 우는거 아니죠?"


 감기걸렸다고 거짓말했다. 


나: "사실 미국에 있을때, 엄마 목소리가 너무 그리웠어요, 미국 애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 하면 찌질해 보일까봐 그런 내용은 뺐어요"


선생님 : "이제 이해가되요! 그걸 넣어야 해요!"



독립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 스럽고, 부모님집에서 사는걸 창피해하는 젊은 미국의 여성들 앞에서 타국 생활에서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그리웠다 말 할수 없었다. 집에있을때는 잔소리좀 하지 말라고 화를 냈는데, 엄마 김치도 먹고싶고, 목소리도 듣고싶고 곁에 있고 싶었다. 


다시금 내가 그 타국에 있을때 얼마나 가족들을 보고 싶은 향수병에 매일 눈물을 흘렸는지 생각이 났다. 

학업이 뭐라고, 커리어가 뭐라고, 창업이 뭐라고, 나는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고 살았던가. 

정리하고 오지 않았으면 나는 막내 동생이 수능을 보는 순간도 둘째가 남자친구를 집에 인사시키는 순간도 놓치고 말았을것이다. 


스멀스멀 올라오던 해외 커리어에 대한 생각이 접혀졌다. 


이 일주일이면 35세인 엄마말로는 "말만한 처녀"는 아침이 컨설팅을 마치자 마자 엄마에게 포옹하고 볼에 뽀뽀를 했다. 설겆이를 하던 엄마는 징그럽다고 밀었지만 내가 얼마나 그녀를 먼곳에서 그리워 했는지 안다면 엄마는 놀랄지도 모른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무었이었을까, 엘에이 다운타운의 그 호화로운 아파트에서의 화려한 삶? 말리부 비치에서 먹는 세비체를 에피타이저로 먹는 브런치? 친구들과 모여 아파트  Fire Pit(모닥불처럼 가스로 불이 피워져 나온다 아래 사진)에 둘러 앉아 마시는 와인?



그 언제나 느끼는 공허함은 말로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 멋진 베버리힐즈의 스테이크 하우스의 뉴욕 스테이크보다. 엄마가 만든 생채로 아빠 비벼준 생채 비빔밥이 더 맛있다. 블루보틀의 커피보다 아빠가 내려준 드립커피가 난 더 입맛에 맞다. 내가 가기 전에는 중학교 저학년 아가라고 부르던 막내가 말 많은 우리 자매와 달리 과묵한 총각이 되어있었다.



시푸드 타워

한국에선 그 싱싱한 굴이 한망에 2만원인데, 어쩜 캘리포니아에서는 신선하지도 않은  굴이 이렇게 비싼지, 해산물이 나오는 씨푸드 타워는 비싸기도 하지만 그 칵테일 소스에 레몬을 뿌리고 타바스코 소스를 얹어 먹는데, 사실 이것도 맛있지만. 나는 그래도 초장에 간장 와사비가 제일 좋다. 


씹을때마다 톡 부르지는것 같은 식감의 회도 말이다. 일본식의 숙성된 부드러운 회보다는 나는 싱싱한 활어회가 훨-씬 입맛에 맞는다.


사실 나는 그 앱을 기획하면서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의 무의식이 너무도 그리워 했던것 같다. 그래서 그런 앱을 생각해 내고, 사랑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싶었던것이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의 무의식이 70%이상이 지배한다고 어디선가 읽었던거 같기도하고, 



면접에서 내 앱의 컨셉이 뭐였냐고 하는 질문은 다시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35살 먹은 경력직 여자가 울컥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어린 신입같은 행동을 보이는건 너무 언프로페셔널하니까. 



견론은, 역이민 후회하지 않는다. 해보고 싶은것 다 해봤으니까. 그리고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 특별히 엄마아빠의 사랑이 뭔지 깨달았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일주일 후 35세 미혼 여자 "친구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