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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monkeystar Dec 27. 2021

일주일 후 35세 미혼 여자 "친구들"

결혼은 선택이지만 아이는 축복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 대부분 결혼을 해서 가정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전이라면 절대 들을 일이 없었던 시험관을 한다는 이야기,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이야기, 난자를 얼릴거라는 계획들 내가 그들과 헤어진 20대 때는 절대로 오르지 않을 주제의 이야기들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된 동창은 결혼한지 6년이 되어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나이 정말 현실적으로 때를 놓쳤든, 결격 사유가 있든지간에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이미 배우자가 있기 마련이고,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해외에 오랜 시간 있다. 싱글로 돌아온 친구와 시간내어 만날일은 드물어 보였다. 이미 전화 한통화에서도 그들은 아이를 등교 준비에 가정이 주된 업무였으니까. 말이다. 거기다 워킹맘일 경우 이미 아이를 놓고 일을가는 그들의 마음에 나의 처지가 부러움 + 생소함이었을 지도 모를것이다. 


정말 8년이란 세월이 길었던걸까? 내 친구들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미래는 학업 성적과는 다르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실제로 직접느꼈다. 물론 현재 승리자는 일찍 결혼해서 그때 영끌해서 아파트를 샀던 친구들처럼 보인다. 8년 만에 집값이 8억이 넘게 올랐다. 아무튼, 


미국말엔 Book Smart와 Street Smart가 따로 있다고 하지 않던가.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내 친구들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결혼을 미루어 왔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랜 대학원 생활 또는 수험기간이 끝나니 나이가 먹어있었다는 친구들 모두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했지만 자아 실현을 위해 달려온 시간에 뿌듯함은 뒤로 하고, 어른들에게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것이 큰 결점으로 보이는듯했다. 


결혼은 정말 선택이지만 아이는 축복이다. 올때만 해도 사고를 쳐서 결혼했더라 "카더라"소식은 감추어야할 창피함이였는데, 결혼을 해서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고민이라는것과 , 예상치 않은 아이가 들어섰을때 양가의 축복을 받고 서둘러 겪어보는 시간을 갖지 않은채 결혼을 축하받으며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이" 인생에 생각해본적 없던 존재 멀기만 하고 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하고 함께 의논해서 아이를 가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저 머나먼 삼신할매 설화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 오게 되었다. 



분명 주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싱글인 나와는 당연히 패턴이 맞지 않아 조금씩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어 직접 체감하지는 못했었다. 



고맙게도 그들의 생활에서 정말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내가 다시 돌아오자 반겨주던 친구들이 나에게 그들의 사생활을 솔직하게 오픈해주었을때, 너무 고마웠고, 그들의 고민이 와닿았다. 



남아 선호 사상으로 여자 아이의 낙태율이 최고조 였던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에서 둘만 낳아 잘기르자로 페이즈가 변경 되었고, 이제는 딸바보 아빠가 유행이고, 아이 셋을 낳으면 애국자가 된다. 



어느새 여자 한명당 출산율이 1도 아닌 60%대로 떨어졌고, 이는 심각한 인구 감소를 불러왔다. 미국처럼 해외 인구가 밀물처럼 들어오는 나라가 아닌 그 전까지만 해도 "단일민족"이라 칭했던 대한민국은 미국보다도 이민이 어렵기에 해외 인구가 늘어 나기엔 시간이 더 걸릴것이다. 



스펙쌓는다, 시험을 준비한다. 경력을 쌓는다. 승진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 88년생이자 88세대는 바로 아래 90년생이 온다는 패러다임으로 88년 생보다 대표적인 호칭으로 불리는 그들은, 이전 세대에서는 당연히 여기던 출산을 선택사항으로 "선택"했고, 이제서야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힘든 내색은 않하지만 시험관 과정을 번거로워 하는게 느껴졌다.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 보약을 먹고, 운동을 하고, 내가 대학교때 놀던 그 아이가 맞는지 싶을정도로 안정된 커리어를 갖고 다른 사람이 된거같은 나의 친구가 아이를 바라고 있었다. 


잉꼬 부부라서 신혼을 즐기고 아이를 갖는다던 친구는 이젠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직업도 다양했다. 변호사, 초등교사, 미용살롱오너, 공사, 건설사 사무식 등등 그래 우리가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찾아 고군분투하던 시간으로 아이를 바꾼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이제 아이를 걱정하는 그들과 거리감을 느꼈다. 


친구들은 결혼을 너-무도 하고 싶어했고, 아이도 너-무도 갖고 싶어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결혼에 대한 압박감이 없던 미국의 친구들과는 너무 달라서 놀랐다. (적어도 하고 싶다고 저런 애절하게 말하진 않는다 거기선 자존심 상하는 말이고 너를 더 사랑하라 라는 패미니스들의 구호가 드세다)


이제 쉬러온 한국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 시간이 이렇게 행복한데 벌써부터 데이팅을 시작하고 가정을 가꿔야할 떄가 온것인가?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게 많고, 하루 종일 쉴틈없이 살림을 하는 엄마와 퇴직을 하고 나서도 회사에 출근하는 아빠를 매일 본다. 


평생 책임을 져야하는 아이가 생긴다는 것이 두렵다. 

지금 나 혼자도 제대로 건사를 못하고 있는데, 가정을 돌보기 위해서는 저런 인내와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것 아닌가? 아직 내가 철이 덜든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여기저기 남성 동지들도 대화를 하다보면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많이한다. 미국에서의 데이팅신과는 너무 다르다. 엘에이, 뉴욕 남자들은 commitment problem(보통 결혼을 하거나 연인으로 정의 되는것을 피한다는 설)이 있다고 여자들은 항상 불평하곤한다. 




남자들도 여자들도 제 짝을 찾고 싶어하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싱글일까? 눈이 높다. 아니면 문제가 있다. 서로를 편을 갈라 비난 하거나. 매일 네이트 판에서는 돈 문제로 파혼했다는 썰들이 더욱이 우리들을 망설이게 만든다.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번호를 걸어오는 결혼정보회사들.., "누구님 34.9세에요- 여자는 35세넘으면 저희는 가입이 안되요. 여자는 어리고 이쁜게 최고에요~" 급박하게 말해 가입을 유도하는 거겠지만 정확히 그말에 나는 그 전화들을 차단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국위선양이라고 외치던 나라에서 나에게 나이먹은 여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다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서로 타이밍과 인연이 맞아 커플이 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아이를 가질 사람은 다 가지겠지, 




아. 나이먹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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