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monkeystar Dec 24. 2021

우리는 왜 "휴식"을 용서하지 못할까?

오래만에 찾아온 이 기회에 왜 나는 잡코리아를 기웃거리는 걸까.

귀국 이후로 나의 일상은 꽤 단조로워 졌다. 내 엘에이 친구들이 들으면 아마 놀랄지도 모른다.

6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시간표를 짜 생활하던 나는 아침 9시반쯤 일어나 한식으로 차려진 아침을 먹고(엘에이에선 통밀빵에 아몬드버터와 커피로 때우곤했다.) 백팩에 맥북을 넣고 출근을 한다. 이미 카페 쿠폰에 스템프가 20개나 채워져 있지만 스템프 카드를 모으는 재미에 카카오페이로 아메리카노 한잔을 결제하고 주섬 주섬 항상 일하는 자리로가서 가방을 푼다. 랩탑하나 그리고 데일리 스케쥴러 하나.


추운 날씨에 꼭 출근을 해야하나 (나는 카페로 가는걸 출근이라 부른다) 하다가도 매번 앉는 자리에서 전날밤에 색깔별로 칠한 to-do list를 꺼내고 (반나절 분량만 써 넣는다.- 분명 중간에 뭔가 더 생길지도 모르니까.)노트북을 열면 막힐것만 같던 일들도 술술 풀린다.


3시쯤 퇴근을해 집에가면 엄마가 차려주신 점심 또는 배달의민족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배달 시킨다. 배달료 $9불에 팁까지 주면 한화1.5만원을 더 얹어 줘야 하던 Doordash / Uber eats / Postmate(미국의 음식 배달앱) 거기다가 한시간은 기다려야 했는데,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키면 가방 내려놓고 외투를 벗으면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게다가 입맛에도 찰떡같다.


갑자기 백신 패스가 없으면 어디도 갈 수 없다는 방침 + 연말분위기에 나의 부수입이었던 과외는 갑자기 공백이 생기게 되었다. 왜 불안할까?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실 요즘의 삶이 언제나 꿈꾸던 여유있는 삶이 아니던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 올리히 슈나벨





현명한 포기가 선물하는 기쁨이라는 구절이  너무 와닿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 울리히 슈나벨











번아웃 신드롬 자가테스트 - 책에서 발췌했다.

진단 : 20개 이상의 문항에 v 표시를 한다면, 번 아웃 신드롬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것으로 불 수 있고, 35개 이상이라면 의사의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한다.



지난 8년간 해외에서 나는 치열하게만 살아왔다. 생존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굳이 하지 않아될 만큼의 에너지를 쏟아내며 그 곳에서 살아왔었다.


마지막 2년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세상에 - 담배를 하지 않으므로 4번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거의 대부분을 체크했다. 나도 잠자리에 들기전마다 멜로토닌을 또는 와인을 한잔 마시곤했다.
미국에서는 멜로토닌 (한국에서는 처방을 받아야한다.) 이라는 수면을 돕는 호르몬 성분의 수면 보조제를 쉽게 약국에서 구매 가능하고, 정말 많은 종류의 수면 보조제가 많은 것으로 보아 이유는 모르지만 다들 잠을 못이루는 나라인가보다.


잘시간빼고 일하고, 누군가를 만나도 일이야기만 하고, 월-금이 아니라 월-일을 다 v체크를 했었어야 했다.


시간이 많아지면서 미뤄왔던 브런치에 데일리 에세이도 쓰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어가며,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6시 부터 일어나 빼곡히 짜여진 시간표대로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저녁 산책을 갖다 와서 조금 하는 독서에 글감이 떠오르면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도 글을 쓸 여유가 생겼다.  내일 컨디션을 위해서 자야 한다는 채찍질도 이제 그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상에도 문득 드는 생각들, 이런 삶을 얼마나 유지 할 수 있을까? 입으로 내뱉이 못하는 날것의 내 자신에게도 공개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다.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서 좀 더 사이드 공부를 해야 할거같은 초조함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한국용 소셜미디아를 더 꾸며야 한다는 계획,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문득 문득 서치하면서 드는 걱정.



약한 멘탈에 크몽에서 타로, 친구에게서 소개 받은 용하다는 사주집, 고민을 들어 준다는 컨설턴트에게 얼마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내 막연한 내년을 내 자신이 아닌 그들에게 답변을 구했다. 나 자신을 제일 잘알고 동기를 부여하고 움직이는건 나 자신인데 전혀 나에 대해서 모르는 나의 Voice를 발견해 달라고 하다니.



이럴때는서점에 가자, 나의 무의식이 내가 필요한 답을 말해주리라. 귀국 이후로 운동삼아 걷자고 결심하고 뚜벅이 생활을 하고 있다. 귀에 에미넴의 Lose yourself를 들으며, 나의 성지 알라딘 중고서점 두리번 두리번 방금 판매하고간 신간, 베스트셀러 섹션을 기웃 거리며 나의 마음을 당기는 책을 고르기 위해 둘러보았다.


그리고 어, 이거다 하고 열어보게 된 독일 작가의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 울리히 슈나벨



쉬어도 괜찮아 재충전은 반드시 필요해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아이폰, 이메일 알림
휴가란 많은 돈과 시간을써서 이국 적인 휴양지를 가는것이 아니다.
진정한 휴가는 핸드폰을 전원을 끄고 집 발코니에 앉아만 있어도 되는것이다.




이 여유 있는 삶이 얼마나 지속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성격 테스트 덕후이다. 심각하게 상담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할까도 고민해봤지만 더 이상의 공부는 하고싶지 않기에 살포시 접어놓았다.


MBTI 와 비슷한 THE BIG FIVE PERSONALITY TEST [클릭]

자기개발계의 히어로 조던피터슨이 개발한 성격 검사로 심심할때 해보면 좋을 듯하다. 물론 영어로 되어있어 테스트가 복잡할지 모르지만 요새는 번역기가 잘 나와있으니 천천히 해보면 좋을듯하다.


이 검사에서 나는 OCEAN 마지막 글자인 Neuroticism (신경증적 성질[성격, 경향] How sensitive a person is to stress and negative emotional triggers) 에서 약간 높은 점수가 나왔다. 스트레스에 약하다는 결과 였다.


충분히 예민한 성격으로 만족할 만한 여유를 가져야하고, 스트레스요인이 없어야 하는데도, 무작정 불나방 처럼 달려들었던 것이다.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빼곡히 적었던 새해목표들 해야할것, 운동, 공부들을 지우고 새로운 목표를 적어 넣었다.


2022년에는 나의 새해 목표이자 자기계발은
나에게 "쉼"을 용서하는것이다.



바쁜 일상과 해내야 할게 많은 현대의 직장인들에게 단 하루라도 자신에게 관대함을 선물하자는 것, 이 책의 요지가 아닐까? 그리고 나에게 주는 메세지이다.







작가의 이전글 루시, 넘사벽의 중국인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